[뉴스핌=이동현기자] 중국의 인터넷공룡 알리바바가 반도체 분야에 본격 진출하면서 ‘반도체 제국’의 꿈에 성큼 다가서고 있다. 알리바바는 지난 20일 내장형 CPU 업체 중톈웨이(C-SKY)의 100% 지분 인수를 발표했다. 또 알리바바는 ‘미래 싱크탱크’격인 다모위안(達摩院)을 통해 AI 반도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알리바바의 반도체 분야 진출 움직임은 미국의 중국 통신업체 ZTE를 겨냥한 ‘메가톤급 제제방안’ 발표 이후 나온 소식이라 더욱 관련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 주 인텔,퀄컴을 포함한 주요 반도체업체에게 향후 7년 동안 ZTE에 반도체 부품을 공급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
알리바바의 반도체 분야를 겨냥한 광폭 행보는 미국의 무역제제와 같은 외부적 요소로 인한 충격에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도 클라우드 및 사물인터넷(iot) 분야를 비롯한 차세대 성장동력 분야에서 확고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알리바바는 최근 2년간 반도체 분야에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 왔다. 특히 지난 2017년 8월 알리바바는 반도체 분야 유니콘인 우한지(寒武紀)의 투자에 참여하면서 NPU(Neural Network Processing Unit, 신경망 프로세싱 유닛) 기술을 적용한 세계 최초의 신경망 AI 반도체 양산에 기여하기도 했다.
◆알리바바 반도체 미래사업의 핵심 경쟁력이라 판단
알리바바의 ‘반도체 굴기’에 대한 야심은 지난 2017년 항저우에서 열린 윈치(云棲 알리윈 개발자 대회) 대회에서 장젠펑(張建鋒) 알리바바 최고기술담당임원(CTO)이 밝힌 알리바바의 미래 청사진에서 엿볼 수 있다.
당시 알리바바의 장젠펑 CTO는 미래기술 연구소인 다모위안(達摩院) 출범을 선포하면서 알리바바 클라우드 서비스의 안정성 및 효율성을 배가하기 위해 AI 반도체 개발을 준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각종 디바이스에 부착된 센서와 생성되는 데이터의 분석 등을 통해 사물인터넷(IoT) 기술에서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적인 분야다. 특히 클라우드 서비스의 핵심 경쟁력으로 꼽히는 데이터 처리능력은 반도체 성능에 의해 좌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리바바그룹의 마윈 회장도 “미래사회는 사물인터넷(iot) 시대가 될 것이다”며 “모든 사물이 연결되는 초연결 사회에 대비해야 한다”며 사물인터넷 분야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현재 알리바바 산하 다모위안(達摩院)이 연구개발 중으로 알려진 ‘Ali-NPU칩’은 이미지 분석 및 머신러닝 등 인공지능이 적용되는 각 분야에서 활용될 예정으로, 기존 반도체의 1/40의 원가로 제작돼 가성비를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전문가들은 “AI 반도체 칩이 사물인터넷,신소매,클라우드등 차세대 알리바바 핵심사업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차지할 것”이라며 “모바일 쇼핑의 확대로 AI 반도체의 수요가 커진 것도 한 원인이다”라고 분석했다.
그동안 알리바바는 엔비디아(NVIDIA),실링스(Xilinx), 인텔 등 미국 업체부터 반도체를 공급받아 왔다. 이에 따라 알리바바는 과도한 해외 반도체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다양한 중국 반도체 업체에 투자를 진행해 왔다.
알리바바가 투자한 나이넝(耐能), 한우지(寒武纪) 선젠(深鉴) ASR등 반도체 업체들은 모두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기반 클라우드 서비스에 필수적인 데이터 처리능력에 강점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 이들 업체들은 독자적인 데이터 처리능력을 갖춘 주문형 반도체(Application Specific Integrated Circuit, ASIC)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알리바바가 시리즈 C펀딩에 참여한 베어풋 네트워크(Barefoot Networks)는 미국 반도체 스타트업으로, 클라우드 서버의 핵심 분야인 SDN(소프트웨어 정의 네트워킹) 분야 강자로 꼽힌다. 이 업체는 세계 최초로 SDN 모듈개발에 성공하면서 알리바바의 클라우드 사업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이번에 100% 지분 인수를 한 중톈웨이(中天微)는 중국의 유일한 내장형 CPU 설계회사로 꼽힌다. 이 업체는 독자적인 반도체 설계능력을 갖췄을 뿐만 아니라 에너지절감 분야에서 경쟁력있는 솔루션을 보유한 것으로 전해진다.
알리바바와 중톈웨이(中天微)의 협력은 지난 2015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중톈웨이는 알리바바 클라우드 사업 중 사물인터넷 분야에 필요한 다양한 칩을 공급하면서 알리바바의 핵심 협력업체로 자리 잡았다.
현재 알리윈(阿里云 알리바바클라우드 서비스)의 핵심 소프트웨어는 중톈웨이가 개발한 영상 데이터 처리칩, MCU(Micro Controller Unit) 칩 등을 기반해 운영된다. 알리바바는 지난 2016년 1월 중톈웨이의 지분투자에 참여하면서 최대주주로 등극했고 최근 나머지 지분 인수를 통해 중톈웨이를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알리바바의 장젠펑 CTO는 “이번 중톈웨이 인수는 알리바바 미래 청사진의 중요한 일환이다”며 “중앙처리장치(CPU)는 반도체 분야에서도 핵심분야로 이번 인수로 안정적인 공급선을 확보했다”라고 평했다.
한편 중국의 반도체 수입 규모는 2016년 기준 2300억 달러를 기록, 원유 수입규모의 2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중국정부도 반도체분야의 심각한 무역역조를 해소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반도체 굴기’에 나서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4년 '국가반도체산업발전요강(國家集成電路產業發展推進綱要)'을 발표하면서 1300억 위안(약 22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다. 또 당국의 ‘중국 제조 2025’계획에 따르면 중국은 2016년 기준 13.5%에 불과한 반도체 자급률을 오는 2025년까지 7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뉴스핌 Newspim] 이동현 기자(dongxu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