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
'희망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에 있는 길과 같은 것.
땅 위엔 본래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그것이 곧 길이 된 것이다.'
근대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중국 선각자 루쉰이 공산당 창당의 해인 1921년에 발표한 단편소설 '고향'의 제일 마지막 문장이다. 이 말은 낡은 정신과 구습을 깨우는 질타였고 구국의 길을 열어가라는 독려였다. 중국인들은 삶의 비애와 혼돈, 그리고 희망을 얘기할 때 곧잘 이 구절을 인용한다.
1919년 중국에는 반일 반봉건을 기치로 한 5.4운동이 들불처럼 번진다. 5.4운동에 따른 신사조 물결은 1921년 중국 공산당 창당으로 이어졌다. 당시 베이징대 교수였던 계몽가 루쉰은 5.4운동은 물론 마오쩌둥과 덩샤오핑 등 공산주의자들의 사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루쉰이 역설한 '구국의 길'은 먼 훗날 신중국의 창업자인 공산당이 앞장서서 세계가 부러워하는 탄탄대로로 닦아가고 있다. 덩샤오핑은 두터운 장막을 걷어내고 공산당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개혁개방의 길로 중국을 인도하고 나섰다.
세상 어느 나라도 가보지 않은 중국특색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도로에는 지금 14억명이 일사불란하게 길을 걷고 있다. 그 길은 중국이 미국을 넘어 지구촌 슈퍼강대국으로 향하는 번영의 길이 되고 있다. '중화민족이여! 희망의 길을 만들어가라'는 루쉰의 호소가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에 세계인의 눈이 쏠리고 있다. 남북 정상간 만남으로 해빙 무드가 고조되고, 사람들은 북한경제의 문이 금방이라도 열릴 것처럼 생각한다. 기자의 고향인 강원도 고성에도 벌써부터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접경국인 중국 역시 남북 정상회담 추이와 향후 북한의 변화 움직임에 잔뜩 신경을 곧추세우고 있다.
중국의 한 재계 인사는 27일 " '김정은의 개혁개방'은 40년 전 선전 경험을 빌어 덩샤오핑의 모델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어떤 전문가는 북한이 개방을 하게 되면 먼저 미국을 상대로 한 개방부터 시작하게 될 거라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지금으로선 북한이 언제 개혁개방에 나설지 알 수 없고, 또 나선다 해도 덩샤오핑 모델을 취할지, 베트남식 모델을 취할지 판단할 길이 없다. 다만 골수 공산당원인 덩샤오핑이 체제 전환까지 불사하며 중국을 구원하고 나섰듯 김정은 위원장도 지금은 한민족을 위한 대승적 차원에서 비핵화의 길에 전력을 쏟아야 한다.
루쉰은 땅 위에 본래 없던 길이 생겨나듯, 희망도 사람들이 뜻을 합쳐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전향적 결단으로 속히 비핵화 프로세스가 가동돼 이번 정상회담이 8천만 우리 한민족이 한마음으로 한반도 평화번영의 길을 닦아나가는 초석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뉴스핌 Newspim]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c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