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월가의 달러 비관론자들이 바빠졌다.
미국 국채 수익률 상승과 경제 지표 호조에 달러 인덱스가 연초 대비 상승세로 반전하자 하락에 베팅한 포지션을 청산하는 데 잰걸음을 하고 있다.
달러화 <출처=블룸버그> |
특히 유로화에 대한 달러 강세가 투자자들 사이에 강하게 점쳐지는 가운데 일부 시장 전문가는 달러화 하락 베팅이 위험한 전략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1일(현지시각)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기준 월가의 트레이더와 투기거래자들의 달러 하락 포지션이 197억7000만달러로 파악됐다.
이는 한 주 전 234억2000만달러에서 상당폭 감소한 수치다. 아울러 이는 3월 중순 이후 최저치에 해당한다.
최근 움직임은 연초 월가의 트레이더들이 달러 ‘팔자’에 무게를 뒀던 것과 크게 대조를 이룬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투자자들은 연준과 유럽중앙은행(ECB) 및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이 동조를 이루면서 달러화 상승 모멘텀을 꺾어 놓을 것으로 예상했다.
비관론이 힘을 잃는 사이 달러화는 상승 탄력을 높이고 있다. 이날 장중 6개 바스켓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 인덱스가 92.24에 거래, 연초 대비 상승세로 돌아섰다.
달러화는 최근 금리 상승과 경제 지표 호조에 모멘텀을 얻었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장중 2년물 국채 수익률은 장중 2.512%까지 상승해 2008년 9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10년물 국채 수익률 역시 2.98% 내외에서 거래, 3.0% 선을 딛고 오를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
경제 지표 역시 달러화 상승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고용에 이어 주택과 인플레이션 등 굵직한 지표가 탄탄한 펀더멘털을 반영하는 동시에 연준의 금리인상 압박을 높이고 있다.
BMO 캐피탈의 이안 린젠 전략가는 CNBC와 인터뷰에서 “이번 연준 회의에서 올해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제시될 것인지 여부가 금융시장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달러화의 추가 상승을 점치고 있다. 브라운 브러더스 해리만의 마크 챈들러 애널리스트는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달러화에 대한 투자 심리가 회복되는 조짐이 뚜렷하다”며 “투자자들이 금리 상승에 따른 달러화 상승 모멘텀을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달러는 주요 통화에 대해 2% 이상 상승, 2016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승리 이후 월간 기준으로 가장 큰 폭의 오름세를 나타냈다.
이날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는 달러화 상승이 이제 시작 단계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엇박자를 냈던 금리와 달러화가 동조 현상을 회복했다는 진단이다.
특히 유로화에 대해 달러화가 상승 탄력을 보일 것으로 월가는 내다보고 있다. ECB의 통화정책 정상화에 대한 기대가 꺾인 만큼 지난해 급등에 대한 반작용이 나타날 것이라는 얘기다.
이머징마켓 통화 역시 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JP모간이 집계하는 신흥국 통화 지수가 지난달 3% 하락한 가운데 러시아 루블화와 브라질 헤알화가 각각 9%와 5% 선에서 하락하는 등 이미 강달러에 따른 압박이 가시화됐다는 분석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