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백진엽 기자 =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공식적으로 총수 반열에 올랐다. 이미 그룹의 대부분 의사결정을 이 부회장과 신 회장이 하는 상황인만큼 크게 달라질 것은 없지만, 공식적인 총수가 된 만큼 책임은 더 커졌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사진 왼쪽 위부터), 신동빈 롯데 회장과 이해진 네이버 GIO(사진 아래)가 1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각 기업집단의 동일인으로 지정됐다. <뉴스핌DB> |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일 이 부회장과 신 회장을 각각 삼성그룹과 롯데그룹의 동일인으로 변경했다. 공정거래법상 동일인은 특정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연인 또는 법인을 의미한다. '사실상 지배하는'이라는 애매한 조항으로 인해 논란이 많지만, 어쨌든 공정위의 판단에 따라 동일인으로 지정되는 것은 국가 공인 총수라는 뜻이다.
이번에 공정위가 삼성과 롯데의 동일인을 변경한 것은 기존 동일인이던 이건희 회장과 신격호 총괄회장이 건강상 경영활동을 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달리 말하면 현재 삼성그룹과 롯데그룹을 사실상 지배하는 인물이 이 부회장과 신 회장이라는 것이다.
삼성과 롯데는 이번 동일인 변경으로 인해 달라지는 것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우선 동일인 변경으로 인한 계열사 변화가 없다. 동일인이 정해지면 공정위는 이를 기준으로 배우자와 6촌이내의 혈족, 4촌이내 인척 등의 계열사 지분을 따져 대기업집단의 범위를 확정한다. 즉 새로운 동일인을 기준으로 현족과 인척 등이 바뀌기 때문에 계열사 등도 바뀔 수 있다. 하지만 삼성과 롯데는 해당되는 계열사가 없었기 때문에 변동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상으로도 크게 변하는 것이 없다. 이미 두 그룹 모두 이 부회장과 신 회장을 중심으로 전문경영인 체제가 자리잡은 상태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4년 부친인 이 회장이 쓰러진 후 그룹 경영을 도맡아 왔다. 이후 화학과 방산 사업 매각, 반도체 투자 등 그룹 경영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통해 삼성그룹의 성장을 이끌어 왔다.
신 회장 역시 부친인 신 총괄회장과 함께 한국 롯데그룹을 경영해 왔고, 최근 신 총괄회장의 노환과 경영권 분쟁 등을 지나면서 롯데그룹의 실질적 총수로 활동해 왔다.
두 그룹 관계자는 모두 "동일인 변경으로 인해 달라지는 것은 없다"며 "각 계열사 경영은 이미 해당 기업 CEO가 전담해서 하는 전문경영 체제가 구축돼 있기 때문에 동일인 변경이 경영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동일인이 됨에 따라 이 부회장과 신 회장의 책임은 늘어나게 된다. 그룹의 실질적 지배자로 지정됐기 때문에 만약 향후 계열사 등의 불법행위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불법행위에 대해 공정위가 총수의 의사결정여부를 입증해 사후적으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것이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미래전략실 해체가 이 부회장에 의해서 결정되고 실행됐다"며 삼성그룹의 동일인 변경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동일인을 지정하는 이유에는 동일인으로 하여금 조직이나 사업 추진과 관련해 전략적 의사결정을 하고 이에 따른 책임지도록 하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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