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정용 기자 = 긴급조치위반죄로 영장없이 체포·구금됐다가, 다른 범죄로 유죄가 확정된다면 재심사유에 해당한다는 대법원의 첫 결정이 나왔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뉴스핌 DB] |
대법원 2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반공법위반과 업무상횡령 혐의 등으로 기소돼 유죄를 확정받은 최모씨의 아들이 제기한 재심청구에 대해 검찰의 항고를 기각하고 서울고법의 재심 결정을 받아들였다고 3일 밝혔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이 영장주의를 배제하는 위헌적 법령에 따라 체포·구금을 한 경우 존재하는 당시의 법령에 따른 행위라고 하더라도 그 수사에 기초한 공소제기에 따른 유죄의 확정판결에는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봐야 한다"며 재심 결정을 내렸다.
그동안 대법원은 긴급조치위반죄로 유죄가 확정된 경우에만 재심을 허용했다.
최씨는 지난 1979년 7월 4~13일 천안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에 의해 긴급조치 9호를 위반으로 영장 없이 체포·구금돼 수사를 받았다.
경찰은 최씨를 긴급조치위반죄와 반공법위반과 사기, 업무상횡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같은 해 12월 8일 긴급조치 해체로 법원은 긴급조치위반죄에 대해 면소를 선고, 나머지 혐의는 유죄를 확정했다.
이후 법원은 2013년 4월 긴급조치 9호가 위헌이라고 판단했고 최씨 사망 후 아들이 재심을 청구했다.
재판과정에서는 경찰이 당시 법령에 따라 체포·구금한 경우에도 재심사유에 해당하는 지가 쟁점이 됐다.
형사소송법 상 경찰이 수사 등 직무와 관련해 죄를 저지른 것이 확정판결로 입증되면 재심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당시 최씨를 수사한 경찰이 불법을 저질렀다는 확정판결이 나오지 않아 사법부의 판단에 관심이 집중됐다.
서울고법은 "경찰관들이 영장 없이 체포·구금한 것을 처벌할 수는 없지만 불법체포와 감금죄의 구성요건에는 해당한다"며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경찰의 행위는 당시의 유효한 법령에 따른 것일 뿐 직권을 남용한 것이 아니므로 불법체포 감금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대법원에 재항고했다.
대법원은 "중대한 하자가 존재하는데도 단지 위헌적인 법령이 존재했다는 이유만으로 그 하자를 바로잡는 것을 거부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검찰의 항고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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