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승동 기자 = # 애견인 강견구(36·남) 씨는 산책을 하다가 강아지가 자동차와 부딪혀 사망하는 사고를 당했다. 가족처럼 생활하던 애견의 사망으로 아픈 마음을 진정시키기도 전에 상대편 자동차보험사는 차량 파손을 보상하라고 통보해 왔다. 애견 사망에 대한 위로금은커녕 오히려 사고 가해자가 된 셈이다.
애견·애묘 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서면서 반려동물 관련 사고 또한 많아졌다. 하지만 반려동물 사고와 관련한 보상이나 책임 소재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강견구 씨도 마찬가지다. 그는 교통사고로 반려동물을 잃어 본인이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가족 같은 반려동물을 떠나보내야 했기 때문.
하지만 법적으로 판단하면 가해자가 맞다. 반려동물은 법적으로 재물이다. 즉 강씨의 재물이 갑자기 튀어나와 상대방의 차를 파손한 셈이다.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운행 중 소유주가 명확한 물건이 차도로 진입해 피해를 입힌 것. 이는 재물 손괴에 해당한다.
◆ 운전자 책임 없고, 소유주가 보상해야
현재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면 강씨가 가해자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다. 반려동물을 드론으로 바꿔서 생각해 보자.
강씨가 드론 연습을 하고 있다가 조종을 잘못해서 찻길로 날아갔다. 이때 운행 중이던 자동차와 부딪혔고 운전자는 피하려다가 2차 사고까지 발생했다. 운전자는 드론이 날아들 것이라고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드론 소유주인 강씨가 차량 수리비를 보상해 주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2차 사고의 과실을 따져 강씨도 일정 부분 손해액을 배상해야 한다. 반려동물이든 드론이든 법적으로는 사람이 아닌 재물이기 때문. 물건끼리 부딪혀 파손한 사건이 된다.
법원 판결도 이 같은 입장이다. 애견인 A씨는 목줄을 채우지 않고 산책하다 강아지가 차에 치여 상해를 입었다. A씨는 사고차량 운전자 B씨의 자동차보험사를 상대로 강아지 치료비 180만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2016가소5501)을 냈다. 이에 대해 춘천지방법원은 A씨에게 패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오히려 B씨의 피해를 보상해 줘야 했다.
설현과 조현영의 애견 사랑이 주목받고 있다. <사진=설현/조현영 인스타그램> |
◆ 목줄 맸더라도 마찬가지...과실비율 조정 가능
만약 강씨가 강아지의 목줄을 채우고 있었다면 어떻게 될까? 그렇다고 해도 강씨가 가해자라는 것엔 변함이 없다. 다만 과실 비율이 조금 낮아질 가능성이 있을 뿐이다. 마찬가지로 드론을 끈으로 연결해 날렸다고 해도 드론이 도로로 날아가게 한 책임이 있다.
사고가 난 지점이 일반 도로가 아닌 횡단보도라면? 강씨가 파란불에 건너면 피해자가 된다. 차량이 신호위반을 했기 때문. 하지만 횡단보도라도 무단횡단을 했다면 강씨가 가해자가 된다. 통상 60% 정도의 과실 비율이 정해진다. 야간에 무단횡단을 했다면 과실 비율은 80%에서 90% 정도로 더 높아진다.
자동차가 차도가 아닌 인도로 돌진해 반려동물이 사망했다면 강씨는 피해자가 된다. 하지만 피해보상은 소액에 그친다. 자동차보험 대물보상 기준에 따르기 때문에 재산의 가격, 즉 반려동물 분양가나 시가 이상의 보상을 받기는 어렵다. 반려동물의 치료비나 정신적 위로금 등은 보상받기 힘든 것.
보험업계 관계자는 “사고 사례가 워낙 다양해서 과실 비율 등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면서도 “반려동물 사고는 인사사고가 아닌 물적사고로 분류되기 때문에 재물을 잘 관리하지 못한 쪽의 과실 비율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법원은 반려동물과의 정신적 유대를 조금씩 인정하고 있다”며 “실제 소송에서는 대부분 화해권고 결정을 통해 보상비율이나 금액을 결정한다”고 덧붙였다.
◆ 애견보험에 가입됐다면?
만약 애견보험 등 반려동물의 사고를 보상해 주는 보험에 가입돼 있다면 어떻게 될까? 법적으로 달라지는 건 없다. 다만 보험사의 약관에 따라 치료비나 위로금 등을 보상받을 수 있을 뿐이다. 가령 삼성화재가 판매하고 있는 ‘파밀리아리스 애견의료보험’은 목줄 없는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500만원 한도로 자기부담금 1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를 보상한다. 다만 애견보험에 가입됐다 해도 고의로 반려동물에게 위해를 가하는 등의 정황이 있다면 보상에서 제외된다. 보험사는 반려동물의 건강상태나 나이 등을 따져 가입 여부를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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