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첫눈에 반했다. 10살 나이 차이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열렬히 구애했고, 뜨겁게 사랑했다. 하지만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결혼 후 오래지 않아 아내가 세상을 떠났다. 그때부터 어린 아들이 삶의 전부였다. 아들만 행복하다면, 그 무엇도 상관없었다. 하지만 중요한 시기, 전에 없던 아들의 반항이 시작됐고 그의 세상은 무너져내린다.
배우 유해진(48)이 신작 ‘레슬러’를 선보였다. 9일 개봉한 이 영화는 전직 레슬러에서 프로 살림러로 변신한 ‘아들 바보’ 귀보가 예기치 않은 인물들과 엮이기 시작, 평화롭던 일상이 뒤집히는 이야기를 담았다. 극중 유해진은 귀보를 열연, 민재(김민재)의 아빠가 됐다.
“사실 지금까지 100% 만족하면서 보는 영화는 하나도 없었어요. 그냥 좋은 점만 자꾸 생각하는 거죠.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고 다행이다 싶은 부분도 있죠. 아쉬운 점은 홍보해야 하니까 안 알려드릴 거고(웃음), 좋았던 지점은 뭉클하고 짠했어요. 특히 결승전에서 민재를 던지는 장면이요. 과거와 교차 편집돼서 그 뭉클함이 더 크게 온 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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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진의 말에서 알 수 있듯 ‘레슬러’의 핵심 이야기는 귀보와 성웅 부자가 끌고 간다. 때문에 작품을 만들면서 김대웅 감독과 배우들은 이들의 관계에 주안점을 뒀다. 특히 유해진은 보다 자연스러운 관계 축적을 위해 초반부터 김민재와 친해지려고 노력했다.
“귀보, 성웅에 앞서 유해진, 김민재의 관계가 원활해야 했어요. 제일 큰 숙제가 벽을 없애고 친밀감을 높이는 거였죠. 관계가 안 쌓이면 아무리 연기를 잘해도 깊이가 안 느껴지거든요. 겉도는 거죠. 사실 민재가 저를 어려워만 할까 봐 걱정도 많았어요. 근데 다행히 너무 잘해줬어요. 편하게 하면서 예의까지 지켜줬죠. 덕분에 자연스레 관계가 쌓였고 연기에 큰 도움이 됐어요.”
부모가 되면 부모를 이해하게 된다고 했다. 유해진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비록 간접 경험이긴 했지만, 귀보로 살아가는 동안 그는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가 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금껏 한 적 없는 많은 상상과 고민이 머리를 스쳤다.
“전 아버지와 마찰이 많았어요. 보수적인 옛날 분이라 제 일을 많이 반대하셨죠. 더군다나 경제적으로 풍족한 직업도 아니잖아요. 근데 입장 바꿔놓고 생각하면 저도 그랬겠더라고요. ‘네 삶이니까’라고 말할 수 있는 부모가 몇이나 되겠어요. 어려운 길인 걸 아니까, 그래도 내 자식은 안정적으로 편하게 살았으면 하는 거죠. 귀보도 마찬가지고 저도 그래요. 자식 일에는 쿨하지 못하겠죠(웃음). 쉽지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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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비수사’(2015)부터 ‘레슬러’까지. 유해진의 최근 3년간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총 7편의 작품이 있다. 이 중 ‘천만 영화’는 ‘베테랑’(2015)과 ‘택시운전사’(2017) 두 편,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한 건 ‘그놈이다’(2015)가 유일하다. 하지만 유해진은 매번 흥행에 관해 물을 때면 “운”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 정도면 운이 아닌 실력이라고 해봐도 늘 대답은 같다.
“그 생각은 변함이 없어요(웃음). 운은 분명히 존재하죠. 제가 남들보다 노력을 한참 더 하는 것도 아니고, 뛰어난 감각이 있는 건 아니거든요. 작품 보는 안목이 특별한 것도 아니고요. 다만 무언가가 더 있다면 절 좋게 봐주는 시선, 친밀함이 있다는 거죠.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전 그냥 운이 좋은 놈이에요(웃음). 남들보다 많은 것을 해봤고 누리고 사니까요. 그래서 매사 감사할 따름이고요.”
jjy333jj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