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유로화 약세가 새삼 도마에 올랐다.
미국 국채 수익률 상승으로 달러화가 오르면서 이머징마켓을 중심으로 주요국 통화가 하락 압박을 받고 있지만 최근 유로화 하락은 다른 맥락에서 전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로화와 달러화 <사진=블룸버그> |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부분은 정치권이다. 최근 발표된 유로존의 경제 지표가 일제히 둔화된 것보다 이탈리아의 정치권 리스크가 유로화를 압박하는 주요인이라는 지적이다.
9일(현지시각) 유로화는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해 장중 0.1% 가량 하락하며 약보합을 나타냈다.
월가 애널리스트는 전날 1.19유로 아래로 밀린 유로/달러의 추가 하락 폭과 속도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유로화는 최근 1개월 사이 달러화에 대해 3.4%에 달하는 급락을 연출했다. 연초 기준으로도 유로화는 1.2% 하락했고, 최근 1.19달러 선 아래로 밀리며 지난해 12월 이후 최저치에 거래되는 상황이다.
올들어 유로화의 움직임은 지난해 14% 랠리했던 것과 커다란 대조를 이룬다. 1분기 유로존 경제가 1.7% 성장하는 데 그친 물가와 제조업 등 주요 경제 지표가 부진하고, 이에 따라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늦춰질 것이라는 관측이 유로화 약세의 배경으로 꼽힌다.
이와 함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것은 이탈리아 정치권 리스크다. 지난 3월 총선 이후 2개월이 지났지만 세르조 마티렐라 대통령은 연정 구성에 사실상 실패했고, 중립 정부 구성을 제안했다.
하지만 오성운동이 이에 반대하며 7월 재선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이탈리아 정치권이 파열음을 내고 있다.
이 때문에 투자 심리가 급랭했고, 주식을 필두로 이탈리아 자산이 과격한 매도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이탈리아 증시의 대표 지수인 FTSE MIB는 3월 총선 이후 가파른 상승 기류를 탔지만 지난 8일 2% 이상 급락한 뒤 이날 0.5% 완만하게 반등했다.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 역시 독일을 포함한 주요국에 비해 가파른 상승 추이를 보이고 있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최근 이틀 사이 10bp 이상 치솟으며 1.897%에 거래됐다.
유로화 약세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탈리아의 정치 불안정으로 인해 반유럽 정서가 되살아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승리하면서 일단락됐던 반유럽 포퓰리즘이 재점화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
스코샤뱅크에 따르면 헤지펀드를 포함한 머니매니저들은 180억달러 규모의 유로화 상승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
사실상 무정부 상태라는 주장까지 제기된 이탈리아의 정치권이 더욱 커다란 혼란에 빠질 경우 상승 포지션이 청산되면서 유로화를 끌어내릴 것이라는 경고다.
RBC의 피터 샤프릭 글로벌 매크로 전략가는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이탈리아가 총선을 다시 치르더라도 3월과 흡사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