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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생선·빵 포장, 파손방지 어떻게…" 유통가 ‘고심’

기사등록 : 2018-05-11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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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 가이드라인 '아직'

[서울=뉴스핌] 박준호 기자 = 환경부가 발표한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에 따라 이르면 오는 10월부터 대형마트와 슈퍼마켓에서 비닐봉투 사용이 전면 금지된다. 제과점도 일회용 비닐봉투 유상판매 업종에 포함되며, 종이봉투로 전환을 추진한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그간 업체들의 자율적인 노력에 맡겨왔던 비닐 사용량 감축을 행정입법으로 의무화하겠다는 것이다.

◆ 법으로 규제, 흙·수분 포함된 제품 어떻게 하나

대형마트들은 이미 2010년부터 비닐봉투를 제공하지 않아온 만큼 이번 방침으로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그간 소비자 편의를 위해 무상으로 제공하던 속비닐을 절반으로 줄이는 대책 마련과 과대포장 제한 등의 과제를 떠안게 됐다.

현재 대형마트에선 종량제봉투와 종이박스, 부직포 장바구니만을 제공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2009년 ‘비닐쇼핑백 없는 점포’ 시범운영을 통해 비닐쇼핑백 6000만장, 약 30억원의 비용을 절감하는 성과를 거뒀다. 국내 대형마트 전체로는 연간 75억원, 온실가스 연간 6390톤에 이르는 감축 효과다. 특히 비닐봉투 대용으로 종이쇼핑백 판매량이 연간 1250만개로 늘어나며 펄프 소비 500톤이 절감됐다.

문제는 두루마리 형태로 뜯어 쓰는 속비닐이다. 과일이나 수산물 등을 담을 때 사용하는 속비닐은 현재 무상으로 제공 중이다. 정부는 이 같은 속비닐도 사용량을 절반으로 줄이라고 주문했다. 비용 부담이 없는 데다 사용 용이성 때문에 낭비가 많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지난달 26일 환경부와 비닐쇼핑백 감축 협약을 맺은 대형마트 업체들은 맞춤형 대책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속비닐은 신선식품 매대 곳곳에 배치돼 벌크 상태의 과일이나 채소, 흙이나 수분을 함유한 상품들을 담는 용도로 사용되는 만큼, 전면 규제시에는 소비자 불편이 우려될 수 밖에 없다.

이마트는 속비닐 비치 장소를 축소하는 한편 대형(35*45cm) 속비닐을 줄이고 소형(30*40cm) 비중을 늘려 사용량을 50% 감축한다는 계획이지만, 마땅한 대체제도 없는데다 소비자의 적극적인 참여가 없으면 실효성을 거두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실제 서울시가 2016년 4월 한 달간 비닐봉투 사용실태를 모니터링한 결과 방문 1회당 비닐봉투를 사용한 고객은 57.1%였으나 속비닐은 100%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을 정도다.

A대형마트 관계자는 “물기가 있는 생선 같은 수산물은 냄새가 나 비닐을 겹겹이 포장할 수 밖에 없다”며 “업체 입장에선 최대한 사용을 줄인다 해도 소비자의 불만과 애로사항은 불가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한 주부가 신중하게 장을 보고 있다. <사진=김학선 기자>

 ◆ 1인가구 등 소용량 소포장 증가 추세..  빵 봉투도 돈 받아야 하나

뿐만 아니라 1인 가구 트렌드를 겨냥해 소용량·소포장 상품을 꾸준히 늘려 온 유통업체들은 난감한 상황이다.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가 올해 경영 전략으로 "소용량, 소포장 상품을 확대해 대형마트의 판매 공식을 깨는 새로운 상품 전략을 추진할 것"이라고 언급했을 정도로 소용량·소포장 상품이 유통업계 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원물을 소분해 별도 패키지로 판매하는 만큼 비닐·플라스틱 폐기물이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환경부가 오는 9월까지 전자제품의 과대포장 등에 대한 제한기준을 신설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장에서는 상품 특성상 포장재 기준 대책 마련이 쉽지 않다는 볼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B가전양판점 관계자는 “전자제품은 유통 과정에서 충격흡수를 위해 스티로폼이나 에어캡(뾱뾱이)을 주로 사용하는데, 파손 위험이나 제품 성능 유지 측면에서 이를 줄이기는 쉽지 않다”며 “재활용이 가능한 대체 포장재 개발 등이 실효성 있는 대책이 더욱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파리바게트나 뚜레쥬르 같은 제과점들은 비닐봉투가 무상에서 유상으로 바뀌게 되면서 당장 소비자 불만에 대한 우려가 크다. 상대적으로 객단가가 낮은 만큼 단순히 불편보다는 사실상 가격 인상으로 받아들이는 소비자도 나타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고민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편의점이나 제과점 같은 파트타임 직원 고용이 많은 업태의 경우 단순히 비용 문제보다는 비닐봉투 유상 판매에 거부감을 보이는 고객과 점원 간의 실랑이가 더욱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며 “본사 입장에서는 고객들과 아르바이트 직원 모두의 고충을 헤아려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해 다음 달부터 '자원의 절약 및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 작업에 돌입할 방침이다. 다만 관련법 개정이 정부의 계획대로 빠르게 완료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시행규칙 개정은 행정입법으로 국회통과 절차가 필요 없기 때문에 정부는 이르면 오는 10월이면 본격적인 시행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라면서 "그러나 다수 기업의 이해관계가 밀접하게 연관돼 있고 사전에 구체적인 조율도 없었기 때문에 향후 협의 과정에서 진통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ju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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