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경기도 화성시에 거주하는 A씨(지적장애 3급·여)는 지난해 12월 시의회 본회의를 방청하려다 포기했다. 시의회 홈페이지 방청신청란에 ‘정신에 이상이 있는 자’는 방청을 제한한다는 규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행 화성시의회 회의규칙 제89조에는 ‘흉기 또는 위험한 물품을 휴대한 자’ ‘정신에 이상이 있는 자’는 시의회 정례회 등을 방청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A씨는 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 진정을 제기하며 “이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명백한 차별이자 시대착오적인 조례”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서울의 한 공동가정에 거주하는 B씨(지적장애 3급)는 지난해 말부터 자신이 다니던 도서관을 이용할 수 없게 됐다. 도서관 직원이 공동가정에 “B씨를 더 이상 도서관에 보내지 말라”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도서관에서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고 생각한 B씨는 도서관 측에 “출입을 금지한 이유가 뭐냐”고 따져 물었지만 “규정상 출입이 어렵다”는 답변만 들었다. 이 같은 진정을 접수한 장애인인권센터는 도서관이 B씨의 정신장애 사실을 알게 돼 출입을 제한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해당 도서관 운영규정 제7조(행위의 제한 및 질서유지) 3항은 ‘정신이상자, 음주자’에 대해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전국 지자체 자치법규 차별조항 현황. <자료=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 |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8일 정신장애를 이유로 자격·면허 취득에 제한을 둔 현행 법령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판단을 내놓았다. 정신장애가 잠재적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구체적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라는 해석이다.
하지만 현행 지방자치조례에도 공공시설의 장애인 출입을 금지하는 등 차별적 조항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이 점자블록 등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공공기관도 많아 지자체가 장애인 권리보장에 무관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가 지난해 지방자치조례 9만2000여건을 전수조사한 결과, 정신장애인의 공공시설 출입 및 이용을 제한하는 차별조항이 총 234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출입제한 기관은 공공기관이 97건, 문화체육시설 72건, 의회방청 61건, 기타 4건으로 조사됐다. 특히 천안시장애인종합복지관, 부산시 동구 보건소 등 장애인 출입이 잦은 기관도 정신장애인 출입을 통제하는 황당한 규정을 두고 있었다.
지난달 19일 서울 마로니에 공원에서 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420장애인 차별철폐 집중투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장애인차별철폐연대> |
편의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해 장애인들의 공공기관 이용을 어렵게 하는 경우도 많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가 조사한 결과, 지난해 기준 서울시 소재 주민센터의 점자블록 부적정 설치 및 미설치율은 무려 75.4%에 달했다. 서울시를 제외한 9개 광역지자체 324개 주민센터의 점자블록 부적절 설치 및 미설치 비율은 77.9%로 더 심각했다.
정수미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 연구원은 “사회적으로 여전히 장애인에 대한 인권침해가 벌어지고 있고 공공기관의 접근성 문제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지자체와 지방의회가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제고해 조례를 개정하고 편의시설 확충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장애인의 눈물中]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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