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프랑스 누벨바그 거장 장 뤽 고다르 감독이 또 한번 영화계를 흔들었다. 이번엔 제71회 칸 국제 영화제서 페이스 타임(Face-Time, 화상통화) 기자회견으로 당대 최고의 실험적인 감독으로서 건재함을 과시했다.
페이스 타임(Face Time)으로 기자회견에 참석한 '누벨바그 거장' 장 뤽 고다르 감독.[사진=로이터 뉴스핌] |
로이터통신은 고다르 감독이 지난 12일 칸 영화제에서 열린 영화 <이미지 북> 회견장에 핸드폰 화상통화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살아있는 누벨바그 전설'의 예상치 못한 등장에 핸드폰 스크린 앞은 취재진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고다르 감독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영화는 사람들이 흔하게 보는 일상들을 보여주면 안된다. 페이스북에서 절대 볼 수 없는,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을 법한 것들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전통적인 서사기법을 거부하는 관점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는 "이야기란 '시작과 중간, 끝'이란 서사구조를 지녀야 한다는 통설과 정반대 입장에 있다"며 "'그런 순서로는 아니다'고 말하고 싶다"고 답했다.
신작 <이미지 북>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과감하고 실험적이다. 출연 배우가 없을 뿐 아니라, 제작을 위한 실제 촬영도 없었다. 다른 영화나 뉴스 영상, IS(이슬람국가) 영상까지 활용해 가며 오로지 다른 자료에만 의존해 만들어졌다. 심지어 사운드트랙은 영상과 엇박자로 흘러나온다.
미국 영화잡지 '버라이어티'는 "제각기 따로 노는 사운드와 이미지의 콜라쥬는 마치 과거 비틀즈의 실험적 음반 '레볼루션 9'(Revolution 9)'을 틀었던 MTV를 연상시킨다"며 "고다르는 더이상 미친 이야기꾼(cracked storyteller)이 아니라 시청각에 기반한 시인(audio-visual poet)"이라 평했다.
호주 일간지 데일리 텔레그래프 비평가 로비 콜린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역대 가장 흥미진진한 기자회견이었다"며 "특히 칸처럼 고전적인 행사장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특이한 이벤트였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장 뤽 고다르는 트위터 따위의 도마 위에 오르길 거부하는 이"라며 "그의 세계관은 그가 오른 경쟁부문은 물론, 어쩌면 칸 국제영화제 전체에서 유일무이하다"고 평가했다.
<이미지 북>은 총 21편의 영화가 오른 경쟁부문에 진출해 오는 19일 열리는 시상식에서 황금종려상 수상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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