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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사회에 일침을 가하다…연극 '킬롤로지' '컨설턴트' '피와 씨앗'

기사등록 : 2018-05-14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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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 만연한 폭력의 원인과 책임을 묻는 '킬롤로지'
자본주의 사회 익명성과 폭력성을 꼬집는 '컨설턴트'
장기이식과 생명윤리의 끝나지 않는 논쟁 '피와 씨앗'
연극 '킬롤로지'(왼쪽부터) '컨설턴트' '피와 씨앗' 포스터 [사진=연극열전, 나인스토리, 두산아트센터]

[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물질만능주의, 인명경시 풍조, 개인주의 등 각종 사회문제의 대두로 현재 사회는 몸살을 앓고 있다. 매일 각종 사건사고가 뉴스에서 끊이지 않고, 특히 살인 사건 또한 흔해져 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인들에게 경각심을 주는 작품들이 공연되고 있다. 간접적인 경험을 통해 자신을 혹은 주변을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것은 어떨까.

◆ 폭력적 게임은 우리 아이에게 위험한가…'킬롤로지'

몇 해 전 게임의 폭력성을 알아보기 위해 PC방에서 갑자기 전원을 내리는 실험을 한 모 방송사의 뉴스가 화제가 된 적 있다. 이후 게임과 폭력성의 인과관계에 대해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연극 '킬롤로지'는 영국의 극작가 게리 오웬(Gary Owen)의 최신작으로, 동명의 살인게임을 통해 삶이 바뀐 세 명의 인물들이 등장해 이야기가 진행되는 작품이다.

[서울=뉴스핌] 이윤청 기자 = 배우 김승대(왼쪽)와 이석준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열린 연극 '킬롤로지' 프레스콜에서 열연을 펼치고 있다. (영상 캡처) 2018.5.2 deepblue@newspim.com

작품에는 게임 '킬롤로지'와 동일한 방법으로 아들이 살해된 아버지 '알란'과 그의 아들이자 게임의 희생자 '데이비', 게임을 통해 거대한 부를 축적한 '폴'이 등장한다. 세 사람의 얽히고설킨 관계를 통해 사회적인 안전장치 없이, 오로지 부모의 양육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정서적으로 부모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한 아이들이 가해자이자 피해자로 성장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통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폭력의 원인과 그 책임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연출을 맡은 박선희는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공연을 보는 부모들, 혹은 이후 부모가 될 관객들이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돌아볼 수 있지 않을까"라며 "공연을 통해 더 괜찮은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바람이 있다"고 설명했다. 작품은 폭력적 게임의 위험성은 물론, 부모와 자식간의 소통 문제, 자본주의에 의한 윤리 상실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내포하고 있다. '킬롤로지'는 오는 7월 22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공연된다.

◆ 직접 행하지 않으면 죄가 없는걸까…'컨설턴트'

전문적인 지식이나 조언, 협력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가를 '컨설턴트'라고 한다. 최근에는 경영 부문 외에도 패션, IT, 여행, 진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흔해지고 있다. 그런데 '살인'에도 컨설턴트가 있다면 어떨까. 기발한 상상력과 치밀한 짜임새로 제6회 세계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임성순 작가의 동명소설을 연극화한 작품 '컨설턴트'가 공연중이다.

[서울=뉴스핌] 이윤청 기자 =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TOM 2관에서 연극 '컨설턴트' 프레스콜이 진행되고 있다. 2018.5.3 deepblue@newspim.com

'컨설턴트'는 작가 'J'가 의뢰를 받고 쓴 시나리오대로 누군가 실제 죽음에 이르게 되고, 의문의 남자 'M'의 권유로 '회사'라는 거대 조직에 합류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인간의 존엄성보다 경제적 가치를 우선으로 하는 자본주의의 병폐를 느끼게 하며, 구조 속 개인의 무기력함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에서 약자인 개인과 거대 기업간의 모습도 은유적으로 그린다.

문삼화 연출은 "구조 속에서 무기력하지만 자발적이고, 동시에 비겁하면서 합리화하는 개인의 이야기를 그린다"며 "최근 연극계 미투가 있었는데, 같이 작업하는 사람들과 그 폭력에 분노하기도 했지만 우리 스스로가 그런 모습이 될까봐 두렵기도 했다. 작품 또한 자기도 모르게 괴물이 되어가는 모습을 통해 메시지를 던진다"고 설명했다. 연극 '컨설턴트'는 오는 7월 1일까지 대학로 TOM 2관에서 공연된다.

◆ 삶과 죽음, 윤리와 희생의 갈등…'피와 씨앗'

장기이식은 언제나 윤리 갈등이 따라오는 오래 됐지만 풀리지 않는 문제다. 최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장기이식 대기자는 3만4000여 명으로 늘었지만 기증자는 고작 1300명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식만이 살 수 있는 방법이지만, 정작 맞는 장기를 구하지 못할 때 혹은 맞는 장기를 찾았음에도 기증받지 못할 때, 환자와 가족들은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 연극 '피와 씨앗'은 이 문제를 치열하게 고민한다.

연극 '피와 씨앗' 공연 장면 [사진=두산아트센터]

지난 2016년 영국에서 선보였던 '피와 씨앗'은 영국의 극작가 겸 배우 롭 드러먼드(Rob Drummond)의 최신작이다. 두산아트센터의 '두산인문극장 2018:이타주의자' 프로그램을 통해 소개된 작품으로, 장기 이식을 놓고 벌이는 가족간의 갈등을 통해 '일반적'으로 옳다고 판단하는 상식의 기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또 이타주의가 오히려 이기주의가 될 수 있음을 전한다.

연출을 맡은 전인철은 "장기이식을 통해 도덕적인 딜레마를 표현하고자 한다. 대사 하나하나가 이타주의, 생명윤리에 대한 논쟁 등 민감한 이슈를 담고 있다. 그런 딜레마가 잘 드러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작가 롭 드러먼드는 "우리가 신경 쓰는 목숨과 그렇지 않은 목숨의 무게를 가늠하는 것이 윤리인가 하는 물음을 던진다"고 밝히기도 했다. 연극 '피와 씨앗'은 오는 6월 2일까지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공연된다.

 

hsj1211@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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