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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면접조작' 수서고속철도 24명 부정채용 적발..지위이용·금품수수 13명 입건

기사등록 : 2018-05-1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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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 임직원, 지위이용·금품수수 통해 자녀 등 24명 부정합격
부정채용 임직원 12명 등 13명 입건..영업본부장·인사부서장은 구속
부정채용 합격자 24명 중 23명 전현직 임원 자녀‧지인
노조간부 1억여원 챙겨

[서울=뉴스핌] 박진숙 기자=면접을 보지도 않았는데도 합격하고, 노조 간부는 채용 대가로 뒷돈까지 챙기는 등 수서고속철도(SRT) 운영사인 ㈜SR의 채용 비리가 대거 적발됐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그 동안 채용 비리 의혹이 불거졌던 SR의 신입‧경력직 공개 채용을 수사한 결과 2015년 7월부터 2016년 9월까지 SR 임직원들이 지위를 이용하고 금품수수 등을 통해 자녀 등 총 24명을 합격시킨 것으로 드러났다고 15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박진숙 기자 = 안동현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지능1계장이 14일 서울시 중랑구 지능범죄수사대 브리핑실에서 SR 채용 비리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18.05.14. justice@newspim.com

안동현 지능범죄수사대 지능1계장은 전날 이뤄진 브리핑에서 “SR에서 신입 및 경력 직원을 부정 채용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작년 12월부터 수사에 착수했다”며 “지난 3월 SR을 압수 수색을 하고 관계자 103명 등을 수사한 결과, 24명을 부정 채용한 임직원 12명과 부정 채용 대가로 금품을 챙긴 노조 간부 A씨 등 총 13명을 입건했으며, 그중 영업본부장 B씨와 인사부서장 C씨를 구속했다고”말했다.

부정 채용 합격자 24명 중 23명은 전‧현직 임원의 자녀나 지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청탁자의 자녀나 지인의 서류 평가 순위가 5배수에 포함되지 않자, 외부 위탁기관의 평가는 무시하고 임의로 점수를 조작해 청탁자의 자녀를 넣었다. 그 결과, 서류 전형에서 합격했어야 할 105명이 탈락하게 됐다.

(서울=뉴스핌) 박진숙 기자 =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14일 SR 채용에서의 서류전형 평가 절차 무단 변경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2018.05.14. justice@newspim.com

나머지 한 사람은 상임이사의 단골 식당 업주의 자녀로, 서류전형 평가 절차를 무단 변경해 110등인 불합격 점수를 2등으로 올려 서류전형에서 합격하도록 했다.

서류뿐만 아니라 면접에서도 비리는 계속된 것으로 조사됐다. 면접 불참자가 참석한 것처럼 점수를 줘서 채용했으며, 불합격할 사람을 합격자로 만들기 위해 점수를 조작해 실제로 합격한 사람을 떨어뜨리기도 했다. 심지어는 면접관이 아닌데도 친인척의 면접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서울=뉴스핌) 박진숙 기자 =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14일 지난 3월 SR과 관계자들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해서 확보한 SR 인사팀의 컴퓨터와 노트북를 보여주고 있다. 2018.05.14. justice@newspim.com

A씨는 부모 11명에게 자녀 채용 청탁을 받고 최소 200만 원부터 최대 3700만 원까지 총 1억 230만 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2016년 7월 채용에 지원했다가 최종 면접에서 탈락한 박모(여‧28)씨는 지난주 경찰의 연락을 받고 채용 비리 피해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박씨는 “지원 동기에 대한 질문에 아버지가 현직 코레일 기관사라는 점을 강조하며 답변한 지원자도 있었는데, 그 이후 질문에도 빠지지 않고 계속 아버지 이야기를 해서 좀 이상하다고 느꼈다”며 “자녀 내정설이 많이 들려도 설마 했는데, SR이 아닌 당시 저의 근무 회사의 비전에 대한 질문 등을 한 게 저에게 고의로 감점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었나 싶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박진숙 기자 = 2016년 7월 SR의 신입‧경력직 공개 채용에 지원했다가 면접 점수 조작으로 최종에서 탈락한 박모(여‧28)씨가 14일 채용 과정에서 느꼈던 이상한 점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2018.05.14. justice@newspim.com

부정 채용 이야기를 듣는 순간 심경이 어땠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고 말한 후 말을 잇지 못한 박 씨는 이어서 떨리는 목소리로 “공공기관에서도 말로만 듣던 청탁이란 걸 하는구나…당당하게 일해도 금수저를 이길 수가 없다는 것에 자괴감도 들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박씨는 “저와 같은 떨어진 지원자들을 위한 피해자 구제 방안이 제대로 마련됐으면 좋겠고, 앞으로 공공기관에서는 공정하고 엄격한 채용이 진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주섭 지능범죄수사대 팀장은 “이번 부정 채용의 특징은 가족에게 고연봉의 안정적인 직장을 대물림하려는 의도”라며 “청탁에 따른 매관매직은 사회적 비난이 높은 만큼, 공정한 채용을 위한 외부 면접위원 참여와 블라인드 면접 등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justic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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