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채윤 기자 = ‘드루킹’ 일당이 지난해 대통령선거 당시 네이버 뿐 아니라 다음과 네이트에서도 댓글 여론을 조작한 정황이 포착됐다. 경찰은 자료 확보를 위해 다음, 네이트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드러나지 않은 의혹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경찰은 향후 수사에 심혈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서울경찰청 전경 /윤용민 기자 nowym@ |
◆ 다음, 네이트서도 댓글 조작...경찰 압수수색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드루킹의 측근인 닉네임 ‘초뽀’의 이동식 저장장치(USB)에서 발견된 기사 주소(URL) 9만1000여건에 다음과 네이트 기사가 상당수 포함됐다. ‘다음’ 사이트에 올려진 기사는 9000건 정도다. 대선 이전인 지난 2016년 10월부터 올 3월 사이 보도된 기사다.
김 전 의원이 대선 이전인 지난 2016년 11월부터 약 1년간 ‘드루킹’에게 메신저로 기사 인터넷 주소(URL) 10건을 보내고 대화를 주고받는 등의 정황도 포착됐다. 향후 김 전 의원의 연루 여부를 놓고 공방이 예상된다.
하지만 김 전 의원이 불법 댓글조작을 드루킹 김씨에게 지시했거나 알고도 방조했다고 의심되는 정황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또 드루킹의 댓글 활동 매뉴얼에 네이버와 함께 '다음' 정치 기사도 중요하게 살피라는 지침이 있는 만큼 '다음'에서도 매크로 프로그램이 이용됐는지 확인하고 있다.
일부 기사에서 댓글 추천 수가 비정상적으로 늘어난 정황도 발견됐다. 양정철 전 비서관의 저서를 소개한 기사에는 1∼5번째 순서로 달린 댓글이 모두 1000개가 넘는 추천을 받아 ‘베스트 댓글’ 순위에 올랐다. 일부 기사의 베스트 댓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올해 1월 17~18일 이틀간 경공모 회원 아이디 2200여개를 이용, 기사 670여건의 댓글 2만여개를 조작한 혐의를 추가로 시인했다. 경찰은 이를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추가 송치했다. 하지만 대선 전후 경공모 회원들에게 보고받은 기사 9만1000여건의 댓글 조작 혐의에 대해서는 진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19일 국회 정론관에서 경남지사 출마선언 기자회견을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최상수 기자 kilroy023@ |
◆ 드루킹 500만원 전달 지시 시인...경공모 회원 160여명 '집단 후원'
드루킹은 또 두 차례 경찰조사에서 김 전 의원 측 보좌관에게 건넨 500만원 금전거래가 자신의 지시에 따른 것임을 인정했다.
경찰에 따르면 드루킹과 경공모 회원 160여명이 2016년 11월 김 전 의원의 전 보좌관 한모씨에게 5만∼10만원씩 후원했다. 경찰 관계자는 “‘드루킹 지시로 500만원을 준비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후원금을 낸 회원 200여명 가운데 대략 80%가 개인 계좌를 이용, 김 후보의 후원 계좌로 돈을 넣었다”고 밝혔다.
다만 경찰은 개인 계좌 내 후원금 이체내역만 확인했을 뿐 경공모 차원에서 후원액을 조직적으로 모금하거나 입금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15일 서울지방경찰청은 언론에 공지한 입장을 통해 "경찰은 이번 사건의 실체적 진실 규명을 위해 앞으로도 엄정하게 수사를 진행할 것이며, 18일 특검법안 의결 내용에 따라 특검에 최대한 협조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특검 발족을 앞두고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속도를 내면 내달까지는 마무리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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