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북미정상회담을 불과 한달여 앞둔 상황에서 악재가 터졌다. 북한이 지난 11일부터 진행 중인 한미 연합공중전투훈련을 문제 삼아 16일 예정된 남북고위급회담을 무기한 연기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보도를 통해 "남조선에서 무분별한 북침전쟁소동과 대결 난동이 벌어지는 험악한 정세 하에서 16일로 예견된 북남고위급회담을 중지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통보했다.
통신은 "11일부터 남조선당국은 미국과 함께 공중선제타격과 제공권 장악을 목적으로 하는 대규모 '2018 맥스선더' 연합공중전투훈련을 벌여놓고 있다"며 "남조선 전역에서 우리를 겨냥해 벌어지는 이번 훈련은 판문점 선언에 대한 노골적 도전이며, 조선 정세 흐름에 역행하는 고의적인 군사적 도발"이라고 맹비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다른 이유도 들었다. 통신은 "남조선당국은 우리와 함께 조선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해 노력하자고 약속하고서도 그에 배치되는 온당치 못한 행위에 매달리고 있으며, 천하의 인간쓰레기들까지 국회 마당에 내세워 우리의 최고존엄과 체제를 헐뜯고 판문점 선언을 비방 중상하는 놀음도 감행하게 방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또 "북남고위급회담이 중단되고 첫 걸음을 뗀 북남관계에 난관과 장애가 조성된 것은 전적으로 제 정신이 없이 놀아대는 남조선 당국에 책임이 있다"며 "미국도 남조선 당국과 함께 벌이고 있는 군사적 소동 국면을 놓고 일정에 오른 조미 수뇌방송의 운명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미국에도 경고를 보냈다.
◆ 北, 태영호 전 공사 지목 "천하의 인간쓰레기 국회 마당에 내세워"
태영호 전 북한공사가 지난 14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핌> |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을 직접적인 이유로 들었지만, 실질적인 이유는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가 지난 14일 국회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 대한 반발이 주된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남북고위급회담 날짜를 결정한 15일에는 이미 연합훈련이 진행 중이었다.
태 전 공사는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김정은이 남북정상회담 한 주 전인 4월 20일 당중앙위원회에 모든 간부를 모아놓고 '핵무기는 가장 강력한 보검이며 우리 후손들이 존엄 높고 행복한 생활을 누릴 수 있는 담보'라고 했다"며 "핵을 내려놓을 것 같으면 남북정상회담을 7일 앞두고 저런 말을 하겠나"라고 직격탄을 날린 바 있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의 최고지도자 김 위원장에 대해서도 "대단히 급하고 즉흥적이며 거칠다"고 소개했다. 출간한 자신의 자서전에서는 지난 2015년 5월 김 위원장이 자라 양식공장을 현지 지도했을 대 전력난 등으로 새끼 자라가 죽어 있는 것을 보고 공장 지배인을 심하게 질책한 뒤 처형을 지시했다고 사례를 들기도 했다.
북한은 이날 0시30분경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명의의 통지문을 통해 이같은 내용을 통보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이날 오전 10시 통일부를 통해 북한의 남북고위급회담 연기에 대한 정부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dedanh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