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뮤지컬 '무한동력'이 현대인들을 위한 '돈 키호테'를 자처한다. 끝없이 부딪혀오는, 꿈이나 꾸고 있기엔 버거운 현실 앞에선 이룰 수 없는 꿈에 도전하는 건 과연 의미가 없냐고 되묻는다.
뮤지컬 '무한동력'이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오는 7월 1일까지 공연중이다. 김선재, 오종혁, 임철수, 안지환, 김태한, 윤석원, 박란주, 한소리, 신재범이 한 하숙집에서 동고동락하는 이들로 무대에 오른다. 끊임없이 돌아가는 무한동력 기계를 작동하게 하기 위해, 무려 62번의 실패를 겪고도 계속해서 꿈을 꾸는 하숙집 주인 한원식을 둘러싸고 각자의 꿈을 향해 가는 인물들의 얘기가 펼쳐진다.
◆ 조금씩은 사회에서 소외된 인물들, 배우들의 열연으로 꽃피다
'무한동력'의 배경이 그리 부유하지 않은 동네의 하숙집인 탓인지 등장인물들은 제각각 조금씩 결함을 갖고 있다. 취업 준비생인 장선재(오종혁), 공무원 준비를 한다는 핑계를 대며 게임과 오락에 몰두하는 진기한(임철수), 움직이지 않는 무한동력 기계를 돌리려 평생을 바친 한원식(윤석원), 그런 아버지를 뒷바라지하는 고3 딸 한수자(정소리)까지. 누구도 시대의 전면에 나선 주류 인간들은 아니고, 사회에서 어느 정도씩 소외된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무한동력' 속 캐릭터들은 더 없이 강한 개성을 내뿜으며 살아 숨쉬는 인물들로 피어난다. 오히려 지극히 현실적이고 평범해서, 주인공 장선재가 그리 튀지 않을 정도다. 수의학도의 길을 걷다 애견 아스카의 죽음 이후 인생을 탕진하는 한심한 공시생이 된 진기한. 그를 보고 있자면 임철수의 놀랍도록 진지한 해석과 능청스러운 연기에 감탄하게 된다.
특히 한수자 역의 정소리는 은쟁반에 옥구슬이 굴러가는 듯 고운 목소리와 애절한 감성까지 어느 하나 놓치지 않는다. 다소 철부지 같은 한수동을 연기하는 신재범은 잠시 꼴도 보기 싫은 남동생 같다가도, 이내 스웨그 넘치는 매력으로 무대를 장악한다. 각자의 역할에 완벽하게 몰입한 배우들의 집중력있는 연기는 이 뮤지컬 최대의 미덕임에 틀림없다.
◆ 현대적으로 해석한 '돈 키호테' 류의 희망극, 흔한 힐링극으로 남을까
웹툰의 내용을 원작으로 했다고 하나, '무한동력'의 웃음 코드는 다소 아쉽다. 전반적으로 모든 캐릭터는 희망이라곤 없는 현재의 신세를 자조하거나, 꿈을 향해 가는 과정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그러다 갑자기 말장난 같은 유머로 분위기를 급전환시킨다. 객석에서 순간적인 웃음은 터져나와도, 극 자체의 몰입도는 깨진다. 각 인물들의 전사를 소개하는 고유의 넘버들은 생생하게 살아있는 캐릭터들 각각의 매력, 그 이상의 의미를 전달하지 못한다.
어쨌든 '무한동력'에는 '돈 키호테' 류의 메시지를 담으면서도, 현재 숱한 이들이 처한 현실과 고민을 담으려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이 사회 어디서나 만날 수 있고, 마치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 듯한 주인공들을 보며 웃고, 울면서 지친 하루의 고단함을 잠시 잊을 수 있다. 꿈을 아무리 꾸어도 달라지지 않는 현실을 바꿀 수 있는 건, 본인 외에 누구도 없다는 아픈 진실을 마주하게 되더라도 말이다. 7월 1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
jyyang@newspim.com 사진=(주)아도르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