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동진 기자 = 북한이 16일 예정됐던 남북고위급회담을 무기한 연기한 가운데,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리비아식 핵포기 방식'을 언급해 주목된다.
김 제1부상은 이날 담화를 통해 "핵 개발의 초기 단계에 있었던 리비아를 핵보유국인 북한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아둔하기 짝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제1부상은 또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인 볼턴을 비롯한 백악관과 국무성의 고위관리들은 '선핵 포기·후보상' 방식을 내돌리며 '리비아 핵포기 방식'과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 주장을 거리낌 없이 쏟아내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대국들에 나라를 통째로 내맡기고 붕괴한 리비아나 이라크의 운명을 존엄 높은 우리 국가에 강요하려는 심히 불순한 기도의 발현"이라며 "미국이 핵포기 만을 강요할 땐 북미정상회담에 응할지를 다시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달 29일 "우리는 2004년 리비아식 모델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서 "(북한에)2003~2004년 리비아식 핵 해법에 대해 고려하고 있지만 (북한과) 분명한 차이는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김 제1부상이 지적한 '리비아식 핵 포기 방식'에 대해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리비아식' 핵포기 방식 뭔가
북한이 지난 11월 29일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사진=북한 노동신문> |
리비아식 핵 해법은 '선 핵 포기·후 보상' 방식으로 핵 프로그램을 비롯한 대량파괴무기(WMD) 보유 사실을 스스로 입증한 후 모두 폐기함으로써 국제적인 관계 정상화와 경제 제재 해제를 얻는 것을 말한다.
앞서 리비아는 지난 2003년 WMD 폐기를 전격적으로 발표한 후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해 WMD 관련 시설과 자료를 공개하고, 핵시설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과 화학무기금지기구의 화학무기 사찰을 수용했다. 또한 핵 관련 장비 역시 모두 미국으로 보내는 등 핵 관련 모든 것을 포기했다. 이에 미국은 2004년 리비아에 대한 경제제재를 대부분 해제하고 2006년에는 국교를 수립한 바 있다.
리비아가 이 과정을 통해 미국과 관계 개선에 나섰고 이후 '리비아식 핵 해법'이라고 불렸다.
◆ 볼턴 보좌관 "북핵 모두 해체, 美 이전해야" 발언 후폭풍...北 김정은 역린 건드린 듯
이와 관련, 볼턴 보좌관은 북한이 만들어 놓은 핵 관련 무기를 모두 해체해 미국으로 가져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볼턴 보좌관은 "(북한의)모든 핵 관련 무기를 해체해 미국 테네시주 오크리지에 가져와야 한다"며 "북한 내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처리 능력이 완전히 제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핵무기 프로그램과 관련된 모든 것을 완전하게 공개하고, 다른 사찰단의 확인이 매우 중요할 수 있다"며 "해체할 것이 얼마나 많은지 먼저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볼턴 보좌관은 '북한이 미국이 양보하기 전 핵·미사일과 연료 등을 포기해야 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것이 비핵화의 의미"라고 전제한 뒤 "리비아 사례가 이것을 뒷받침한다"고 답했다.
jangd8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