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이고은 기자 = "처음에는 이 곰이 고속버스에 부딪친 그 곰이 맞나 했어요"
어린이날이던 5월5일 대전통영고속도로. 곰으로 보이는 야생동물과 충돌했다는 고속버스 기사의 신고가 들어왔다. 국립공원공단은 사고를 당한 곰이 지리산을 벗어나 이동중이던 반달가슴곰 'KM53'이라고 직감했다.
KM53은 올해 만으로 3살이 된 수컷 반달가슴곰이다. 다른 곰과 달리 지리산을 벗어나 다른 서식지를 개척하려는 습성을 가졌다. 지난해에도 김천 수도산으로 서식지를 옮겨 두번이나 공단에 의해 다시 지리산으로 되돌려보내졌다. 사고 당시에도 지리산을 벗어나 북진하고 있어 국립공원관리공단측은 이동경로를 추적중이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측은 사고 신고 이후 지리산에서 북동쪽으로 20km 떨어진 태봉산에서 KM53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눈을 의심했다. 시속 100km의 버스에 부딪힌 사고 규모에 비해 너무 멀쩡해보였다. 외상은 물론 혈흔도 보이지 않았다.
교통안전공단은 2012년 자동차와 부딪혔을 경우 받는 충격에 대한 실험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시속 56km를 기준으로 80km와 100km의 속도비와 운동에너지를 비교하고 이를 다시 충돌속도와 동등한 자유낙하 높이에 승용차를 대입했다.
시험 결과 시속 56km는 건물 4층 높이, 80km는 8층 높이, 100km는 13층 높이에서 떨어진 것과 동일한 충격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충격은 질량, 즉 차량 무게와도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 승용차와 달리 고속버스의 공차 중량은 13톤, 총중량은 15톤 가량이다. 시속 100km로 달렸으니 고속버스의 힘은 승용차의 몇배에 이르는 힘을 가지고 13층 높이에서 추락하는 힘으로 곰을 들이 받았을 것이다.
만 3살 된 KM53의 몸무게는 80~90kg 남짓으로 건장한 성인 남성과 비슷한 수준이다. 사람이었다면 참극을 피할 수 없는 사고였다.
하지만 3살짜리 KM53은 살아남아 상당히 긴 구간을 홀로 이동했다. 다친 곳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KM53을 포획해 확인한 결과 왼쪽 앞다리의 어깨부터 팔꿈치까지가 다섯조각으로 부러져 있었다. 엉덩이 쪽에도 찰상(무엇에 스쳐 쓸린 상처)이 있다.
복합골절된 KM53의 앞다리 뼈 <사진=국립공원관리공단> |
저런 심한 충격을 받고도 KM53은 어떻게 살아남아 이동을 했을까. 비밀은 '곰의 탄력성'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곰은 몸 자체의 탄력이 워낙 좋아서 큰 사고에도 앞다리 뼈가 부러지는 부상으로 그칠 수 있었다고 한다"면서 "그래도 전문가들조차 이번 사례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고 귀띔했다.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았으나 문제는 이제부터다. 같은 반달가슴곰 친구도 가족을 이룰 암컷도 없는 낯선 산으로 세번이나 이동했던 KM53이 앞으로 다시 여행을 할 수 없을 수도 있다.
치료에는 석달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환경부측은 전망했다. 치료 이후에도 KM53을 다시 방사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치료기간 중 사람과 친해지면 방사 이후에 사람을 보면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방사하지 않기로 결정한다면 일단 종복원센터에서 보호하고 이후 거취를 결정하게 된다. 동물원 등으로 보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KM53은 현재 국립멸종위기종복원센터에서 보호하며 치료중이나 충격을 받았는지 음식을 먹지 않는다고 전해졌다. 현재 수액을 맞춰 영양을 공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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