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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수 많아도 북미회담 낙관, 한국 중재역할 중요, <중국 한반도 전문가>

기사등록 : 2018-05-17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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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북한이 한미군사훈련을 이유로 남북고위급회담을 취소하고 미국에 대해서도 날 선 각을 세우고 나서면서 북미정상회담의 추이가 주목된다. 북한은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을 통해 '핵포기만 강요하는 대화엔 전혀 관심없다'며 북미정상회담도 다시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과 두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입장을 조율한 중국 정부는 16일 외교부 대변인 발언을 통해 남과 북이 판문점선언의 정신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중국 푸단(復旦)대학 '북한한국연구센터' 정지융(鄭繼永) 주임은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해외판  위챗 계정인 '샤커다오(俠客島)'와의 인터뷰 형식으로 북한의 돌발적인 태도변화와 한반도 비핵화 해법, 그리고 향후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전망을 내놨다.  정 주임은 김계관 부상의 발언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의 강경 노선에 대한 강한 불만의 표시라고 지적하고 난관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특히 한국의 중재자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주임의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다.  

 

정지용(鄭繼永) 중국 푸단(復旦)대 교수

- 샤커다오 :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은 왜 리비아식 핵 포기 방식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나?

▲ 정지융 주임 : 미국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은 지난 3월 ‘선 핵 폐기, 후 보상’을 원칙으로 하는 일괄타결 리비아식 핵 포기 방식을 주장했다. 만일 북한이 이를 거부한다면 ‘시간을 벌기 위한 쇼일 뿐’이라고 그는 말했다.

4월 말 남북회담 직후에도 볼턴 보좌관은 북한이 리비아 모델을 따라야 한다고 압박했다. 볼턴 보좌관은 미국이 군함으로 북한의 핵탄두와 핵무기, 우라늄 등을 실어 옮기고 그런 연후에 경제 원조 등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리비아 카다피 정권이 핵무기를 포기한 것과 같은 방식이다. 2003년 12월 당시 카다피는 미국과 몇 달이나 협상을 벌인 뒤 핵 폐기와 생화학 무기 개발 계획 포기를 약속했다.

8년 후 미국이 주도하는 나토군이 카다피 정부를 전복시켰고 카다피는 반대파에 의해 살해됐다. 이후 지금까지 리비아는 혼란에 빠져있다. 북한이 리비아 사례를 절대 잊었을 리 없다.

북한은 미국의 ‘철저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와 핵탄두 및 생화학무기의 일방적인 폐기 요구에 대해 대화의 의지가 없는 주장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 요구대로라면 북한은 핵을 전부 폐기하고 관련 기술 인력에 대한 정보까지 죄다 넘겨준 뒤 다시 장기간에 걸친 미국의 검증 단계를 거쳐 비로소 경제상의 원조를 받을 수 있다.

이런 프로세스는 모두 미국에 유리한 것으로 북한으로서는 받아들이기가 상당히 난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샤커다오: 북한이 남북 고위급회담을 돌연 취소한 데에는 어떤 의도가 있나?

▲ 정지융 주임: 한국은 6월 13일 지방 선거를 앞두고 있다. 현재 지지율 83%에 달하는 문재인 정부는 이번 지방 선거에 남북정상회담 성과를 최대한 이용하려 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북한은 한국의 지방선거를 앞두고 문재인 정부에게 매우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줬다. 그런데 북한 입장에서 한국이 보답은커녕 미국과  연합공중 훈련인 맥스선더’(Max Thunder)훈련을 진행, 자신들을 곤경에 빠뜨리자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과의 정상 회담을 앞두고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까지 발표한 북한으로서는 한국이 판문점 선언을 이행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미국에선 북한 핵 기술 인력을 모두 해외로 이주시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이는 북한의 과학기술과 산업 기반까지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것으로 북한은 결코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공업 강국’, ‘핵무기 강국’을 외치고 있는 북한이 수공업 시대로 돌아가는 것과 마찬가지이므로  결코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현시점에서 북한 정권이 북미회담 재고려 이야기를 꺼낸 것은 복잡한 북한 상황의 일단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의 핵 폐기 선언에 대해 반대하는 세력이 적지 않다. 김위원장이 대내외적으로 적지 않은 압력에 직면해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원하는 성과는 금방 나올 수 없다. 이런 점에서 볼때 16일의 담화는 북미회담 전에 분출되는 국내 반대 목소리를 무마하려는 제스처일 수 있다. 

- 샤커다오: 현 상황하에서 북미 회담 전망은?

▲ 정지융 주임 :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입장 발표에 환영을 표시하고 경제 원조를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철저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라는 전제가 충족돼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은 이란 핵협정, 파리기후협약 등에서 모두 탈퇴함으로써 국제사회의 신뢰를 많이 잃었다. 북한은 정치와 경제 모든 면에서 미국을 쉽게 신뢰하지 않는다. 더욱이 스스로 완전히 무장 해제한 상태에서 미국과 대치한다는 것은 위험한 도박이라고 북한 지도부는 생각한다. 

북한이 바람직하다고 보는 것은 북한과 미국이 각자 이행해나갈 장기 플랜을 협의한 뒤 함께 '단계적이고 동시적 조치'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다. 

중국 역시 이런 방안에 대해 같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큰 틀속에서 '쌍중단'과 '쌍궤병행'이 바로 그것이다. 북한이 핵무기실험을 중단하고, 미국은 대규모 군사훈련을 중단하는 것이다.

중국은 북미 간 협상이 성공하고 한반도 비핵화가 실현되도록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한다.

북미회담 전망에 대해서는 어려움이 많겠지만 낙관적인 기대를 가져볼 수 있다. 현재 김정은 위원장은 비핵화와 체제 안정의 의지가 강렬하다.

다만 미국이 강경파 중심으로 완강한 입장을 고수하고 북에 대해 수긍할만한 체제 보장 책을 제시시하지 못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북미회담을 앞두고 양측간 기싸움이 거세지는 이 시점에서 한국의 역할이 중요한다. 한국이 어떠한 역할도 해주지 못한다면 북한은 '핵을 포기하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한반도 정세는 또다시 예측불허의 대치 국면으로 되돌아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mshwangsw@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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