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제재 부활 결정을 내림에 따라 미국과 유럽이 국제 금융 시스템에서 이란을 차단하는 문제를 놓고 결전을 벌일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은 이란 핵협정(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탈퇴 이후 국제 금융 시스템에서 이란 중앙은행과 금융기관을 차단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를 위해서는 스위프트(SWIFT) 네트워크에서 이란 금융기관들을 차단해야 한다.
스위프트는 벨기에 소재 국제은행간통신협회로 국경 간 금융 데이터 및 메시지를 전송하는 시스템이다. 스위프트는 2012년부터 2015년 이란 핵협정 체결 때까지 미국의 압력 때문에 이란을 네트워크에서 차단한 바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EU가 이란을 차단하라는 미국의 요구에 순순히 응할 것인지, 아니면 미국과 EU 간 대립기 격화돼 스위프트가 고래 싸움에 끼인 새우 신세가 될 지가 쟁점이라고 전했다.
미 콜럼비아대 글로벌에너지정책터의 리처드 네퓨 박사는 “스위프트는 브뤼셀 당국의 방침만을 따르겠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고 EU는 이 사안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에 굴복할 것이란 신호를 보내지 않고 있다. 스위프트는 미-EU 대립에 있어 화약고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2012년 이란 제재 때에도 수년에 걸친 설득 작업 후에야 스위프트의 제재 동참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이번에는 EU와의 관계가 더욱 악화된 상태라 스위프트를 미국의 요구에 따르도록 설득하기가 더 어려울 수 있다.
이에 2009년부터 2013년까지 미 재무부에서 이란 및 북한 제재 고문으로 활동했던 엘리자베스 로젠버그 신미국안보센터 선임연구원은 스위프트와 관련해 EU의 협조를 얻지 못할 경우 미국이 취할 수 있는 옵션이 몇 가지 있다고 조언했다.
우선 미 재무부가 스위프트 이사회 전체를 겨냥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스위프트 이사진은 서방의 대형 은행을 포함해 다양한 금융기관의 임원으로 구성돼 강력한 입김을 자랑하고 있기 때문에 현실성이 없다고 로젠버그는 설명했다. 로젠버그는 “미국이 이사회를 겨냥하면 이란이 아니라 스위프트를 공격한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외교안보 분야 싱크탱크인 민주주의수호재단의 벤험 벤 테일블루 연구원은 “스위프트를 두고 미국과 싸우는 것은 유럽으로서는 리스크가 높지만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미국은 제재 의사를 명확히 밝히고 유럽의 반발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관건은 스위프트가 리스크를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느냐, 미국과 EU 둘 중 누구의 압력에 굴복하느냐다. 법적으로 스위프트는 브뤼셀 당국의 방침을 따라야 하지만 미국의 강력한 경제적 파워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이란 핵협정(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탈퇴를 공식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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