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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 '팔자' 월가 포트폴리오 교체 잰걸음

기사등록 : 2018-05-22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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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채 수익률과 달러 동반 상승에 본격 대응
남아공 국채 '순매도' 신흥국 자산 '찬밥' 전락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 달러화와 국채 수익률이 강세 흐름을 지속하자 글로벌 투자자들이 신흥국 자산 매도에 속도를 내는 움직임이다.

뜨거운 인기몰이를 했던 남아공 국채에 대해 투자자들이 순매도로 돌아섰고, 터키 리라화와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등 신흥국 통화 역시 ‘팔자’가 쏟아지면서 기록적인 저점으로 밀렸다.

남아프리카 랜드화 <사진=블룸버그>

펀드매니저들이 주식부터 채권과 통화까지 신흥국 자산의 매수 포지션을 적극적으로 축소, 미국 금리 상승과 강달러를 겨냥한 포트폴리오 재편에 본격 나섰다는 것이 월가의 판단이다.

21일(현지시각) 남아공의 요하네스버그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투자자들이 랜드화 표시 채권을 4930억랜드(380억달러) 규모로 순매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연초 4850억랜드 매수를 기록했던 것과 크게 상반되는 움직임이다. 또 미국 금리 상승에 글로벌 투자자들이 남아공 채권에 대해 ‘팔자’로 포지션을 변경한 셈이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즈(FT)는 남아공 채권이 이머징마켓 전반에 대한 투자 심리를 보여주는 바로미터에 해당하며, 때문에 투자자들의 최근 ‘팔자’가 주요국으로 전염될 가능성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잠비아의 2027년 만기 유로본드의 수익률이 18개월만에 처음으로 10%를 뚫고 오르면서 투자 심리의 냉각을 반영했다.

신흥국 통화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터키 리라화가 달러화에 대해 2% 이상 하락하며 달러 당 장중4.90리라에 거래, 사상 최저치 기록을 갈아치웠다.

리라화는 4월 중순 미국 국채 수익률과 달러화가 동반 상승 탄력을 받은 이후 12% 달하는 폭락을 연출했고, 연초 대비 낙폭은 17%로 확대됐다.

아울러 아르헨티나 페소화가 사상 최저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인도네시아 루피아화가 2015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태국 바트화 역시 4개월래 최저치로 밀렸고, 23개 주요 신흥국 통화 가운데 21개 통화가 내림세를 보였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3%를 뚫은 뒤 추가 상승한 데다 그 밖에 장단기 국채 수익률과 달러화가 오름세를 지속하자 펀드매니저들이 본격적인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섰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TD증권의 마크 맥코믹 북미 외환 전략 헤드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이 마침내 미국 금리와 달러화 상승에 따른 리스크에 적극 대응하기 시작했다”며 “신흥국의 경제 펀더멘털과 재정 건전성을 근간으로 옥석 가리기가 활발하다”고 전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총 대외 부채 대비 외환보유액의 비율을 기준으로 터키와 우크라이나, 아르헨티나, 폴란드, 남아공 등의 리스크가 특히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국가의 외환보유액은 대외 부채의 39~76%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칠레와 인도네시아, 체코, 말레이시아 역시 비율이 100%를 밑도는 실정이다.

이와 함께 시장 전문가들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이 저조한 신흥국에 대해서도 ‘팔자’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남아공의 올해 성장률이 1.5%에 그칠 것으로 보이며, 아르헨티나와 멕시코, 브라질도 2% 초반의 성장에 그칠 전망이다.

씨티그룹은 보고서를 통해 미국 금리와 달러화의 동반 상승이 이머징마켓에 커다란 악재라고 지적하고, 미국 금융 여건이 조여들면서 신흥국에서 자금 유출이 앞으로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탈리아에서 포퓰리즘이 부상한 것도 유럽을 중심으로 신흥국 자산에 충격을 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라보뱅크의 피오트르 마티스 신흥국 외환 전략가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유로존 3위 국가의 정치권 리스크가 폴란드 졸티화와 헝가리 포린트화, 테코 코루나화 등을 압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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