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효주 기자 = "작년 5월부터 로켓배송 제품을 납품하고 대금을 받지 못했습니다. 500개 제품을 납품했는데 400개만 입고가 (확인)된 상태입니다. 납품한지 1년이 다 되가는데..(중략) 고통스럽습니다."
쿠팡에 제품을 납품하는 한 협력사 대표 A씨의 하소연이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쿠팡이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협력사에 대금 결제를 지연하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협력업체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쿠팡의 대표 서비스인 로켓배송에 대해 협력사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로켓배송은 쿠팡이 협력사에 제품을 직접 매입해 물류센터에 적재한 후 소비자가 주문하면 익일 배송하는 서비스다.
쿠팡은 타사와 차별화 전략으로 로켓배송 규모를 빠르게 키우고 있다. 실제 지난해 쿠팡의 전체 매출액(2조6846억원) 대비 직매입 비중은 2조4600여억원을 기록해 약 91%대를 보였다.
문제는 로켓배송 서비스 특성 상 재고를 보유하고 있어야 하지만 협력사에 제 때 대금을 지급할 여력이 되지 않는 상황에도 제품을 사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하도급법에 따르면 발주자는 제품을 수령한 날부터 60일 이내 가능한 짧은 기한으로 정한 지급기일까지 대금을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쿠팡은 협력사로부터 받은 제품의 입고 전산 처리를 지연하는 등 방법으로 대금 결제 시기를 늦추고 있다. 한 협력사의 경우 일 년여가 지난 현재까지도 제품 입고 확인을 받지 못한 상황이 벌어질 정도다.
대금 정산이 늦어지면서 작년 쿠팡의 단기성 채무(매입채무+미지급금)도 전년 대비 무려 60% 가량 치솟았다(이하 K-IFRS 별도 기준). 지난해 쿠팡의 매입채무는 4488억원, 미지급금은 4510억원으로 합산 899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5606억원 보다 3400억원이 늘어난 금액이다.
<사진=쿠팡> |
이에 관련 업계에서는 쿠팡의 현금 유동성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쿠팡은 2013년 설립 이래 당기 순손실을 기록 중이며 2015년 이후 영업현금 흐름도 마이너스를 이어가고 있다.
이를 두고 쿠팡 측은 “계획된 적자”라는 주장이지만 증자 및 차입금 확대 등 방법으로 매년 자금을 조달하는 상태다. 지난해 쿠팡은 우리은행과 싱가폴 소재 투자사 머서 인베스트먼트로부터 장·단기 차입금 3400억원을 조달 받은 바 있다.
또 쿠팡은 올해 모회사인 미국 법인 쿠팡앨앤씨를 통한 유상증자로 5000억원 가량 자금을 추가 조달했다.
8400억원 가량의 현금성 자산이 있는 셈이다.
그러나 쿠팡의 지출액을 감안하면 이정도로는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다. 쿠팡은 지난해 말 기준 판관비로만 매달 950억원 가량을 고정 지출하고 있다. 여기에다 제품 구매 혹은 제조에 따른 매출원가로 매달 1800억원 가량을 지출하고 있다.
매달 판관비와 매출원가로 빠져 나가는 금액이 2750억원에 달한다.
또 쿠팡이 지난해말 기준 보유한 현금성자산(현금성 자산+단기금융자산+기타유동금융자산+기타유동자산)은 3421억원이지만 이 가운데 단기금융자산 1268억원의 대부분은 은행담보 설정 등으로 사용이 제한돼 있다. 단기성채무(매입채무+미지급금) 8998억원은 고려되지 않았다.
한편 쿠팡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지난 3월 납품업체 대금 지연 등 불공정 혐의에 대한 현장 조사를 받았다. 쿠팡은 지난 2016년에도 납품업체를 상대로 대금 지급을 미루고 납품계약서를 제대로 작성하지 않은 혐의 등으로 공정위 조사를 받은 바 있다.
hj030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