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배럴당 80달러를 웃도는 고유가 시대를 맞아 조선업계가 해양플랜트를 다시 주목하고 있다. 해양플랜트는 2000년대 초반 국내 조선업계의 신성장동력이자 '미래'로 여겼다가, 대규모 부실을 안긴 '계륵'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해양플랜트는 2011년 이후 고유가로 심해 유전개발 수요가 늘며 한때 초호황을 맞았다. 당시 조선업황 침체기에 해양플랜트는 유일 미래 먹거리로 여겼었다. 상선 분야에서 중국에 쫓기던 한국은 해양플랜트 수주 경쟁력으로 버텼다. 그랬던 해양플랜트는 이후 국제유가 급락에 따른 수요 감소, 발주 취소 및 납기 지연 등의 문제로 국내 조선사들의 대규모 부실 주범으로 지목되기도 했었다.
2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유가가 오르면 글로벌 오일메이저들의 해양플랜트 발주가 늘어날 가능성이 커진다. 해양플랜트는 선박과 함께 조선업계 주요 수익원인데, 최근 2~3년간 저유가 탓에 해양플랜트 발주 자체가 드물어 수주가 거의 없었다.
과거에는 국제유가가 60~70달러는 돼야 채산성이 있었지만 최근엔 해양플랜트의 표준화작업 등으로 50달러만 넘어도 수익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해양플랜트는 현대중공업과 삼성,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빅3'가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분야다.
조선업계는 글로벌 석유 업체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해양플랜트 일감 확보를 위한 수주전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2000년대 초반 글로벌 해양플랜트 시장이 초호황일때 과열경쟁에 따른 저가 수주로 재무구조 악화라는 시행착오를 겪었기 때문에 최대한 신중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역시 중국과 싱가포르 등 경쟁업체들이 낮은 가격을 제시하며 글로벌 해양플랜트 수주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해양플랜트는 국내 조선사들이 글로벌 강국이긴 하지만 재무구조 악화의 주범이기도 했다"며 "각 업체들이 위험관리 기능을 강화한 만큼 앞으로 수주에 신중할 것이고, 수주만 한다면 '가뭄의 단비'처럼 일감 부족 해소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해양플랜트 <사진=뉴스핌DB> |
국내 조선 '빅3'는 지난 2014년 이후 해양플랜트 수주를 거의 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중공업만이 지난해 두 건의 수주를 기록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4년 11월 아랍에미리트(UAE) 아드마옵코사로부터 19억 달러 규모로 수주한 해양플랜트 1기를 마지막으로 해양플랜트 수주가 끊겼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2014년 셰브론사가 발주한 27억 달러(3조원) 규모 원유생산설비 1기를 수주한 이후 해양플랜트 수주를 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1월 영국 BP사로부터 부유식원유생산설비(FPU) 1기를 약 13억 달러에 수주했다. 6월에는 이탈리아 ENI사로부터 부유식LNG생산설비(FLNG) 1척을 25억 달러에 수주하는데 성공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올해 들어 국내 조선사들이 액화천연가스(LNG) 선박을 중심으로 수주가 늘어나고 있는데, 아직 해양플랜트 수주 소식은 없다"며 "국제유가가 60달러 이상 꾸준히 유지된다면 해양플랜트 시장도 빠르게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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