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뉴스핌] 최유리 기자 = # 23일 경기도 시흥에 위치한 한국기계거래소. 휴대폰 신모델 출시로 휴대폰 케이스 제조 기계가 경매 매물로 나왔다. 언뜻 보기에는 별 이상없이 가동 중인 기계 같지만, 이상 징후 알림이 울린다. 이 기계를 담보로 대출한 A은행 담당자가 알림을 받고 바로 현장 확인에 나선다. 확인 결과 기계는 제품을 만들지 않고 공회전하고 있었다.
동산담보대출 사기를 사물인터넷(IoT) 단말기가 24시간 밀착 감시한다. 손바닥만 한 크기에 무게 200g에 불과한 단말기는 담보로 잡혀 있는 기계나 설비에 붙어 이동 경로부터 가동률까지 실시간으로 파악해준다.
동산담보 관리에도 IoT, 빅데이터 등 첨단기술이 적용될 전망이다. 그동안 동산담보대출은 관리할 수 있는 인프라가 부족해 활성화되지 못했다. 이 문제를 첨단 기술이 해결해줄 수 있게 됐다.
동산담보대출은 법무부가 동산담보법을 제정한 2012년에 시작됐다. 그러나 2013년 10월 담보물 실종사고가 발생하면서 제도의 취약성이 드러났다. 은행이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담보로 잡혀있던 기계가 제3채권자의 경매집행으로 처분돼 경매배당금을 수령받지 못하는 등 중복담보에 취약했다. 그 결과 현재 동산담보대출 잔액은 2051억원으로 초기 실적의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동산담보 관리를 위해 사물인터넷(IoT) 센서를 담보물인 기계에 부착하는 시연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
IoT 단말기는 IT업체 씨앤테크가 개발했다. 이 단말기에는 이동 경로를 파악할 수 있는 위성항법시스템(GPS), 이상 징후 발견 시 웹이나 앱으로 실시간 알람을 전송할 수 있는 3G 통신모듈, 기계의 움직임을 진동으로 탐지하는 센서 등이 부착돼있다.
사용 방법은 간단하다. 기계나 설비 자체에 단말기를 부착하면 된다. 부착과 동시에 관리 은행으로 알림이 발송된다. 담보의 현재 위치를 앱이나 웹을 통해 원격으로 파악할 수 있다. 평소 데이터를 기반으로 위험이동이 발생하면 문자로 알림을 주기도 한다.
가동률도 원격으로 파악이 가능하다. 기계 담보의 가동상태를 무가동, 공회전, 정상가동으로 분리해 장시간 가동이 멈춰 있으면 담당자에게 알림을 보낸다.
담보물에 대한 데이터가 쌓이면 활용도는 더 커진다. 담보물의 특징을 리스크 별로 카테고리화해 담보물의 위험 점수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담보물이 위험군에 속하면 방문 체크 빈도를 높여 사전에 위험을 방지할 수 있다.
김기덕 씨앤테크 대표는 "2012년 동산담보를 시작할 때부터 IoT 단말기 개발에 뛰어들었고 은행과 커뮤니케이션하면서 기술을 향상시켜 왔다"며 "동산담보 활성화 대책을 통해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물인터넷(IoT) 센서가 부착된 기계 <사진=최유리 기자> |
담보 관리 부담이 줄어드는 것도 장점이다. 단말기 비용은 대당 1만9900원. 그간 시중은행이 월 300만원 내외의 비용으로 사설 경비원을 파견해 담보물을 관리했던 것과 비교하면 저렴하다. 단말기를 대량으로 생산할 경우 비용을 1만원까지 낮출 수 있다고 씨앤테크는 예상했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정책금융기관의 보증·대출부터 IoT 관리를 도입하고, 단계적으로 은행권 공동의 인프라 구축을 추진할 예정이다. 현재 기업은행이 동산담보대출에 IoT를 적용하기로 했으며,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은 협의를 진행 중이다.
IoT 관리 활성화를 위한 인센티브도 제공할 계획이다. IoT 부착 담보물은 '동산담보 표준내규'를 완화하고 IoT 관리에 맞는 별도의 관리기준 마련할 예정이다. 또 IoT 부착 담보물은 관리효율성 측면을 감안해 담보인정비율을 현행 40%에서 최대 15%p 상향을 허용할 방침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사람을 고용하는 것보다 비용이 낮기 때문에 유인이 생겼다고 본다"며 "그러나 담보 규모가 늘어나면 이 또한 부담이 될 수 있어 세제상의 유인을 줄 수 있는지 관계 부처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홍중 한국기계거래소 경매사업팀 팀장은 "그간 동산담보 관리는 인력에 의존해 주기적으로 담당자가 현장에 가서 체크하는 방식이었다"며 "첨단 센서로 동산담보 관리가 용이해졌고 촘촘한 점검이 가능해졌다"고 평가했다.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