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엽 기자 =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가 24일 KBS 정강·정책 방송연설을 "요즘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라는 인사말로 시작했다.
안 후보는 한 번으로 아쉬운지 다시 한 번 "국민 여러분! 요즘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라고 말했다.
안 후보의 이 말은 홍준표가 지난 14일 "지난 1년 동안 문재인 정부가 들어와서 살림살이나 생활이 나아진 게 있느냐"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각 종 고용지표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정치보다 경제를 강조해 바닥민심을 서로 자신들에게 끌어오겠다는 전략이다.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운데) 2018.05.18 leehs@newspim.com |
하지만 원조는 따로 있다. 2002년 대선에 출마한 권영길 당시 민주노동당 후보가 TV 토론회에서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라고 말해 빅히트를 쳤다.
이 한 마디로 권 후보는 그때까지 미미했던 민노당의 존재감을 국민들에게 각인시켰다.
대선에서 권 후보는 3.9%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선전했고 민노당이 2년 후인 2004년 17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8석(13% 득표율)을 포함해 총 9석을 차지하는데 큰 발판이 됐다.
민노당이 2004년 총선에서 혁혁한 성과를 거두며 진보정당 전성시대를 여는데는 노회찬 현 정의당 의원의 활약도 돋보였다.
노 의원은 당시 TV 토론회에 나와 "50년 쓰던 고기판에 삼겹살 구워 먹으면 새까매집니다. 이젠 불판을 바꿔야 합니다."라며 '불판교체론'을 주장해 큰 인기를 얻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의결로 보수 정당에 대한 유권자의 환멸이 극에 달하던 때다. 민심을 꿰뚫는 말 한마디가 유권자의 마음을 돌렸다고 볼 수 있다.
올해 6.13 지방선거를 3주 앞두고 안철수 후보가 몸담고 있는 바른미래당의 상황은 2004년 민노당과 비교할 때 딱히 낫다고 하기 어렵다.
정당지지율이 한 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광역단체장은 물론이고 기초단체장도 전국을 통틀어 승리가 유력한 곳을 찾기 쉽지 않다.
안 후보 역시 김문수 후보의 단일화 등의 이벤트가 없는 한 박원순 민주당 후보를 추격하기 쉽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흔히 말하듯 정치는 생물이고 유권자는 예민하다. 감성 충만한 발언 하나, 진심에서 우러나온 후보의 행동 하나가 판세를 바꿀 수도 있다.
안 후보가 과거 권영길과 노회찬이 그랬듯 당의 간판스타로서 9회말 역전홈런을 치며 팀의 헹가래를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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