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진범 기자 = 서울에 사는 3년차 직장인 최수현(26·여·가명)씨는 2014년 일면식 없는 중년 남성이 집 앞까지 쫓아오는 바람에 곤욕을 치렀다.
곧바로 경찰에 신고해 범인을 붙잡았지만 이후 최씨는 어둡고 인적이 드문 퇴근길 골목을 지나갈 때마다 항상 불안하다.
그는 “그 사건을 겪은 이후 회식이 있거나 야근으로 퇴근이 늦어지면 귀가 동행 서비스를 꼭 이용한다”고 털어놨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최씨처럼 퇴근길 안전이 걱정돼 ‘여성귀가안심스카우트’를 이용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여성이나 장애인, 노약자 등 범죄취약계층의 안전 귀가를 돕는 정책으로 2013년 서울시가 첫 도입했다.
지하철역, 버스 정류장 근처에서 서비스를 신청하고 기다리면 노란 조끼를 입은 2인 1조 구청 소속 스카우트들이 집까지 친절히 동행해준다.
평일에만 가능한 이 서비스는 오후 9시 30분부터 예약, 밤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단 월요일은 자정 마감이다. 서울시 자치구 종합상황실 및 120 다산콜센터로 미리 전화하거나 서울시 애플리케이션 ‘안심이’로 예약하면 된다.
최씨는 “동행해주는 분들은 대부분 엄마나 이모뻘 되는 친절한 아주머니들”이라며 “안전하게 집까지 바래다주신다. 몇 번 이용해보고 괜찮다 싶어 줄곧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용자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안심스카우트 이용 횟수는 2014년 10만2139명, 2015년 23만3290명, 2016년 24만1838명으로 꾸준히 늘어났다.
인기가 많다 보니 전국 지자체로도 확산하고 있다. 강원도는 서울시를 벤치마킹해 지난 21일부터 춘천·원주·강릉에서 '여성안심귀가 보안관 동행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밤거리 보행을 지키기 위한 여성안심 귀갓길 2018.05.24. beom@newspim.com |
다만 시행 6년차가 됐지만 개선해야할 점도 많다. 가장 큰 문제점은 이용 빈도가 높은 특정 시간대 예약이 빨리 차면 이용이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가장 위험한 시간대인 자정 이후에는 거리에서 한참을 기다려야하는 상황도 종종 발생한다는 것이 최씨 설명이다.
최씨가 사는 관악구는 서비스 이용률이 특히 높은 편이다. 2015~2016 서울시 자치구별 이용현황을 보면 관악구가 송파구, 서초구, 금천구에 이어 네 번째로 이용자가 많다.
관악구청 관계자는 “구내에서 총 11개조 22명이 근무하는데, 다른 구가 하루 평균 1~2건을 맡는다면 관악구는 많게는 4~5건까지 소화하고 있다”며 “매년 서울시에 인원 증원을 요청하지만 아직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 애플리케이션 '안심이' 오류 화면 2018.05.24. beom@newspim.com |
서울시가 수억원을 들여 지난해 출시한 예약 앱 '안심이'의 잦은 오류도 문제로 지적된다. 실제로 사용해본 '안심이'는 버그나 오류가 잦고 업데이트가 느려 불편함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회원가입이 제대로 안되는가 하면, 출발지를 설정할 수 없어 사전 예약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일부 휴대폰에서는 아예 작동도 안됐다.
이런 불편함에 안심이앱 이용 실적은 부진한 편이다. 1년간 안심이 다운로드 건수는 수천 건에 불과했다. 사용자 평가 또한 5점 만점에 2.1점으로 형편없다. 이용자 입장에선 전화 예약 외엔 서비스를 신청할 방법이 없는 셈이다.
이용자 수에 비해 인지도도 낮은 편이다. '단골'만 많다는 이야기다. 최씨는 “주변 친구들이 전혀 모르더라. 스카우트들이 직접 거리 순찰을 돌면서 귀갓길 여성들에게 먼저 동행을 권유하는 경우도 많다”고 아쉬워했다.
서울시 어플리케이션 '안심이' 2018.05.24 beom@newspim.com |
beo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