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2012년 전국을 달군 낙태죄 폐지 논란이 최근 헌법재판소 공개변론을 계기로 재점화됐다. 6년이 흐른 지금, '미투'나 '동일범죄 동일처벌' 등 여권신장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커지면서 헌재 결정에 시선이 집중된다.
◆‘여권 보장하라’ 달라진 사회분위기
지난 1월 서지현 검사가 검찰 내 성추행 피해 사실을 폭로하면서 촉발된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은 올해 대한민국을 관통한 최대 이슈다.
미투 운동은 단순한 성추행 피해 폭로를 넘어, 사회 전반에 걸친 남성 중심문화를 타파하고 억압된 여성인권을 신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로 발전했다.
서울 중구 YWCA회관 앞에서 '3‧8 여성의 날 기념 YWCA 행진'에서 성폭력 피해고발에 대한 사법당국의 엄정수사와 정부의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촉구하며 피켓을 들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
특히 여성들은 최근 벌어진 홍대 남성모델 몰카 사건을 두고 “성별에 따라 경찰의 수사속도와 강도가 다르다”며 지난 26일 경찰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또 강남역 살인사건 2주기인 지난 17일에도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340여 개 여성·노동·시민단체 모임인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이 집회를 열고 성차별·성폭력 철폐를 촉구했다.
◆여성인권운동 낙태죄 폐지에 영향 끼치나
이처럼 여성들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폭력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거세면서 헌재의 낙태죄 폐지 심리에 영향을 끼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012년 헌재가 낙태죄 폐지와 관련한 헌법소원을 심리할 당시와 비교해 사회적 분위기가 크게 달라져 낙태죄 폐지에 무게가 쏠리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다.
지난 25일 대표적인 가톨릭 국가인 아일랜드도 국민투표를 통해 낙태를 금지하는 헌법 조항을 폐지, 낙태죄 폐지에 대한 국내 여론에 불을 지핀 상태다.
여성가족부도 이 같은 사회적 분위기에 맞춰 지난 23일 헌재에 ‘낙태죄는 이미 사문화된 조항’이라는 내용이 담긴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낙태죄 폐지 여론에 힘을 싣고 있다. 여가부는 이 의견서를 통해 “현행 낙태죄는 낙태 건수를 줄이고 태아의 생명을 보호한다는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강남역 '여성살해' 사건 1주기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newspim |
이에 대해 김종엽 한신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낙태죄 문제는 오랫동안 논쟁이 이어져 온 사안이지만 최근 여성들의 인권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사회적 분위기로 헌재의 이번 결정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라며 “헌법재판관들 역시 이 같은 사회적 분위기와 여론을 의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여권신장 움직임이 비뚤어진 성대결, 특히 워마드 같은 남성혐오로 흐르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시민은 “여성들이 제 목소리를 내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경찰의 90%를 여자로 뽑자는 등 일부에선 일방적 남성혐오 분위기도 감지된다”며 “의미 없는 성대결은 결국 여성들에게도 상처만 남기는 소모전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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