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29일(현지시각) 미국 땅을 밟은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주요 외신들은 ‘스파이’ 또는 ‘블랙리스트’라는 수식어를 달았다.
김영철 부위원장의 이번 회동은 지난 2000년 백악관에서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을 북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신분으로 만났던 조명록 이후 북한의 최고위급 방미라는 점 이외에 말 그대로 스파이였던 그의 과거 행적 때문에 세간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고 있다.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사진공동취재단 |
트럼프 행정부가 그에게 국경을 열어준 것만으로도 김정은 정권에게 호의적인 입장을 취한 한편 내달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강한 열의를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날 주요 외신에 따르면 김영철 부위원장은 베이징에서 뉴욕행 항공기에 탑승하는 모습이 포착됐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포함한 고위 관료들과 회동할 예정이다.
그는 앞서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자리를 함께 할 정도로 대단한 신임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주요 외신들이 내달 12일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실무 협상을 위한 북한 측의 회동 자체보다 해당 인물이 김영철 부위원장이라는 사실에 앵글을 집중하는 것은 그만큼 그의 과거 전적이 화려하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2010년과 2016년 북한의 핵 프로그램과 미사일 개발을 진두지휘한 핵심 인물로 지목되면서 한국과 미국의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8년 전 48명의 해군이 북한 잠수함의 기습적인 어뢰 공격에 온몸이 찢긴 채 숨졌던 끔찍한 사건의 배후가 김영철 부위원장이었던 것으로 드러났고, 같은 해 두 명의 민간인과 두 명의 군인의 목숨을 앗아갔던 연평도 도발 역시 그가 지휘했다는 것이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이다.
김영철 위원장은 미국과도 악연의 골이 깊은 인물이다.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그를 2014년 11월 소니 픽처스 엔터테인먼트의 해킹 책임자로 지명, 2015년 제재 대상에 새롭게 포함시켰다.
뿐만 아니라 미국 재무부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 개발과 불법적인 군사 행위와 관련, 직접적인 제재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 때문에 김영철 부위원장은 최근까지 미국행이 금지된 인물이었다. 그의 이번 뉴욕 방문에 외신들이 의미를 두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김영철 부위원장의 방미를 공식 확인한 한편 그에게 ‘the Vice Chairman of North Korea)’라는 직함을 사용했다.
그를 블랙리스트가 아니라 북한의 고위 관료이자 협상 상대방으로 예우한 셈이다. 주요 외신들은 이와 관련, 북한을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온건한 제스처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편 그는 이날 동부 시간 기준 오후 2시 이후 뉴욕 JFK 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당초 그는 워싱턴에서 미국 정책자들과 만날 예정이었지만 유엔 본부가 위치한 뉴욕 이외 다른 도시를 여행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절차와 승인이 필요해 목적지를 변경한 것으로 파악됐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