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소위 ‘이탈렉시트(Italexit, 이탈리아의 유로존 탈퇴)’ 리스크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지난 3월 총선 이후 사실상 정부 구성을 이루지 못한 유로존 3위 경제국이 오는 7~8월 사이 조기 총선을 치를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이를 계기로 공동통화존에서 발을 빼는 움직임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유럽 금융시장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탈리아 로마 캄피돌리오 광장에서 보이는 유럽연합기 [사진=로이터 뉴스핌] |
날로 수렁으로 빠져드는 이탈리아의 정국 혼란에 유로화가 급락한 한편 유로존 은행권 후순위채스프레드가 급등하는 등 금융권은 패닉을 연출하고 있다.
무엇보다 투자자들이 주시하는 부분은 이탈리아의 신용부도스왑(CDS)다. 29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장중 이탈리아의 디폴트 리스크를 헤지하기 위한 5년물 CDS 프리미엄이 170bp(1bp=0.01%p)까지 치솟았다.
이는 지난 2014년 CDS가 도입된 이후 최고치에 해당한다. 지난주까지 60bp 내외에서 거래됐던 프리미엄이 가파르게 치솟은 것은 트레이더들이 이탈리아의 유로존 탈퇴 리스크에 적극적으로 베팅한 데 따른 결과라고 이날 파이낸셜타임즈(FT)는 보도했다.
베넨버그의 홀저 슈마이딩 이코노미스트도 CNBC와 인터뷰에서 “조기 총선이 실시될 경우 극우 세력이 공동통화존의 제도와 규정을 통해 구축된 소위 독일 헤게모니에 대해 과거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반기를 들고 나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노선을 취해야 하는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포퓰리즘 정당인 오성운동과 극우 야당 북부 리그가 재무장관 후보로 내세운 유로 회의론자 파올로 사바나으 임명을 거부하고 카를로 코타렐리 IMF 전 재정국 부국장을 과도 내각을 이끌 임시 총리로 지명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오성운동과 북부 리그는 조기 총선 카드를 꺼내 들었고, 이는 투자자들 사이에 ‘이탈렉시트’ 우려를 점화시킨 것.
금융업계는 최근 유로존 상황이 소위 그렉시트(Grexit,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리스크가 벼랑 끝 위기를 초래했던 2012년 당시와 흡사하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이날 FT에 따르면 이탈리아 국채 매도가 쏟아지면서 2년물 수익률은 이날 장중 2.7% 선까지 급등, 전날보다 무려 180bp 뛰었고, 10년물 수익률 역시 한 때 3.388%까지 폭등한 뒤 2.9% 선으로 후퇴했다.
파장은 유럽 은행권으로 일파만파 확산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유로존 은행권 후순위채의 CDS 프리미엄을 추종하는 마킷 아이트랙스 지수는 1년래 최고치로 상승했다.
파국으로 치닫는 이탈리아의 정치권 상황이 유로존 금융시스템을 뿌리까지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유로는 급락했다.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달러/유로는 1.15달러까지 하락, 유로화가 달러화에 대해 10개월래 최저치로 밀렸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억만장자 투자자 조지 소로스는 이탈리아를 필두로 정치권 리스크로 인한 금융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파리에서 가진 연설에서 “이탈리아는 정치적 혼란 속에 조기 총선을 치러야 할 상황”이라며 “이 밖에 유로존 전반의 경제 시스템의 실패와 이민정책은 존재의 위험이 냉정한 현실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