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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흔들어도 덜 흔들릴 분이 포스코 이끌어야죠"

기사등록 : 2018-05-31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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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비전 제시·소통 능력, 정치권 독립 등이 차기 CEO 조건

[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열정적이고, 능력있고, 젊고, 박력있는 분에게 회사의 경영을 넘기는게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지난 4월 사퇴의사를 밝히며 남긴 말이다. 권 회장은 "포스코의 새로운 100년을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변화가 필요한데, 가장 큰 변화는 최고경영자(CEO)의 변화라고 생각했다"며 임기를 2년 가까이 남기고 중도 사퇴했다.

포스코 차기 회장 선출 작업이 한창이다. 포스코 CEO 후보 추천위원회는 다음달 중 최종 후보 1인을 추천할 계획이다. 앞서 CEO 후보 추천위는 7개 서치펌을 통해 외국인을 포함한 다양한 외부 후보를 발굴하고, 0.5% 이상 주식을 보유한 30여개 기관으로부터도 후보를 추천 받기로 했으며 노경협의회 및 중우회 등의 의견도 청취했다고 밝혔다.

포스코 내외부의 다양한 회장 후보를 2개월 이상 심사숙고하며 뽑기로 한 것이다. 왠만한 장관 후보 물색보다 긴 시간이다. 누가될지 철강업계 관심도 그만큼 크다. 올해 창립 50주년인 포스코의 향후 50년 초석을 놓을 미래비전 제시 및 4차산업 혁명 대응능력, 인화와 소통 등 차기 회장에 바라는 것도 많다.

정치권 독립 또한 빼놓을 수 없다. 포스코는 역대 회장들 마다 정치권 입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박태준 초대 회장이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불화로 물러난 이후 대부분 임기중에 중도사퇴했다. 그때마다 포스코는 정치권 독립을 외쳤지만, '적폐 청산'을 기치로 내건 이 정부에서조차 독립은 요원해 보인다.

우선 2000년에 민영화된 기업인 포스코를 여전히 정권의 '전리품' 쯤으로 인식하는 정부나 정치권이 문제다. 삼성전자나 현대차와 달리 포스코는 50년전 대일청구권 자금으로 설립됐다. 박태준 회장은 이를 '조상의 혈세'라고 언급했다. 아직도 포스코를 혈세가 투입된 국영기업으로 여기는 전근대적 인식이 1차 문제다.

더불어 포스코 스스로 '권력화'한 것도 있다. 2000년대 초반 포스코는 스톡옵션제를 도입하며 회장 및 주요 경영진들이 수 십~수 백억 원의 돈을 챙겨갔다. 포스코 회장 자리가 왠만한 장관보다 낫다는 말이 나돌던 시절이다. 박태준 회장이 "40년 역사에서 포스코 이미지에 엄청난 타격을 입힌 사건이 스톡옵션"이라고 했을 정도다. 역대 회장 선출때마다 정치권에 줄을 대고 계파를 조성하고, 서로를 비방한 것은 포스코 자신이다.

포스코가 외압에 흔들리는 사이 백년대계는 곳곳에서 차질을 빚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철강시황 악화에 혹독한 구조조정을 겪었다. 인도 일관제철소 건설사업은 10년 넘게 첫삽도 못뜨고 있다. 신사업인 리튬 등 전기차 소재사업과 바이오사업 육성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모든 건물은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야. 바람, 하중, 진동. 있을 수 있는 모든 외력을 계산하고 따져서 그거보다 세게 내력을 설계하는 거야. 인생도 어떻게 보면 내력과 외력의 싸움이고. 무슨 일이 있어도 내력이 있으면 버티는 거야."

얼마전 종영한 드라마 '나의 아저씨'속 대사다. 최근 만난 포스코 고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흔들어도 덜 흔들리는 사람이 되면 좋겠죠."

 

tack@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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