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북미정상회담이 당초 예상대로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예정인 가운데 중국은 최근 한반도 정세의 변화에서 배제될 가능성에 불안해 한다는 전문가 진단이 나왔다.
미국 VOA(미국의소리) 방송은 4일 전문가 진단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북미정상회담에서 중국의 전략적 이해를 거스르는 합의가 도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국을 불안하게 만들 근본적 변화는 북한이 필요 이상 미국에 다가가는 상황이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 보좌관은 "과거 전쟁 중 중국의 도움을 받았음에도 미국과 더 나은 관계를 보이고 있는 베트남의 전례를 북한이 따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수미 테리 전략국제연구소(CSIS) 한국 담당 선임연구원은 중국의 최근 행보를 군사 충돌 위기를 막기 위해 한편으로는 미-북 대화를 지지하지만,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잃게 될 정도까지 밀어붙이지는 않는 '절묘한 균형(delicate balance)'이라고 정의했다.
미북 접촉이 활발해지면서 중국이 대화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는 의구심도 있다. 테리 연구원은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이해한다고 밝혔던 북한이 또 다시 군사훈련을 비난한 것은 김정은 위원장이 그런 요구를 대신 제기해주기를 원하는 중국의 영향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사진=로이터 뉴스핌] |
◆ 北 비핵화·관계정상화에서 중국 제외? 전문가 입장 갈려
미국과 한국이 북한의 비핵화와 관계정상화 등을 논의하는 협상의 장에서 중국을 제외시켜야 할 것인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동북아 전문가인 고든 창 변호사는 "북한을 신하의 나라로 여기는 중국은 '방 안에 중국이 없을 때' 미북 대화가 이뤄지는 것을 싫어한다"며 "미국은 김정은과 대화하는 동안 중국을 근처에 두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윤선 스팀슨센터 동아시아프로그램 국장은 "현재 진행 중인 북미 대화와 협상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한국의 시도에는 도움이 안된다"며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서 소외감을 느끼면 북한에 무엇인가 제공하면서 관계 개선을 모색할 것이고, 이는 결과적으로 중국이 게임에 복귀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 中, 한반도에서 미국의 영향력 제거하는 것이 목표
중국이 바라는 북미정상회담의 결과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반도의 현상 유지'로 의견을 모았다. 윤선 국장은 "미-북 간 비핵화에 대한 정의에 차이가 크지만 중국은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성공’으로 선언하는 그림을 원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와일더 전 보좌관도 "중국이 미-북 회담에 거는 기대는 한반도에서 전쟁을 방지하고 안정적 구도를 유지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니얼 스나이더 스탠포드대학 아태연구소 부소장은 "중국 역시 북한의 비핵화를 선호하지만 불안정과 전쟁이라는 측면에서 치러야 할 비용이 너무 높지 않다면 핵을 보유한 북한과 살아갈 준비 또한 되어 있다"고 분석했다.
스나이더 부소장은 "중국은 미-북 정상회담을 통해 충돌 방지, 긴장 완화, 역내 안정이 이뤄지는 것을 단기적 목표로 기대한다"면서 "장기적 목표는 남북한을 가깝게 만들어 중국의 영향력과 국력 아래 둠으로써 종국에는 한반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dedanh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