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한태희 기자 = 국책연구기관에서 처음으로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에도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리면 고용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KDI는 4일 공개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에서 "금년도의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도 최저임금 인상 고용 감소 효과는 크지 않았다"면서도 "내년과 내후년에도 대폭 인상이 반복되면 득보다 실이 크므로 인상 속도를 조절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속도 조절이 쟁점인 이유는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소득주도성장과 직결돼 있어서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첫 단추로 최저임금 인상을 꼽는다.
KDI는 먼저 올해 16.4% 올린 최저임금이 큰 폭의 고용 감소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린 헝가리와 미국 사례를 보면 고용 감소는 최저 3만6000명에서 최고 8만4000명이 예상된다. 하지만 국내 고용동향을 확인한 결과 고용 감소 규모가 3만6000명을 밑돌았다는 게 KDI 분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29일 청와대에서 가계소득동향점검회의를 주재, 발언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
특히 KDI는 최근 취업자 증가 둔화 요인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꼽기는 무리라는 견해를 내놨다. 최근 3개월 연속으로 취업자 증가가 10만명대로 주저앉은 배경은 인구 증가 둔화 등 인구 감소가 영향을 줬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최저임금 인상 영향을 많이 받는 15~24세, 50대 여성 및 고령층 고용 감소가 크지 않았다고 제시했다. 또 최저임금 근로자가 많은 제조업이나 도소매업, 음식숙박업을 봐도 최저임금 영향은 작다고 설명했다.
최경수 KDI 선임연구위원은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 따른 우려에도 지금까지 최저임금 인상은 큰 부작용 없이 정착된다"며 "저임금 근로 일자리의 개선이라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설명했다.
<자료=KDI> |
다만 KDI는 최저임금 인상 속도는 조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DI는 내년과 내후년에도 최저임금을 15%씩 올리고 정부가 일자리 안정자금 편성을 포함해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2019년 9만6000명, 2020년 14만4000명의 고용 감소를 우려했다.
KDI는 또 최저임금 인상이 ▲단순 기능 근로자 취업난 가중 ▲근로자 지위 상승 욕구 약화 ▲정부 지원 증가 등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경수 연구위원은 "최저임금의 계속 인상은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을 수반해 순기능보다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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