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컴퓨터로 입력·출력을 하는 등 정형화된 반복업무를 소프트웨어로 자동화하는 움직임이 일본에서 불고 있다고 4일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로봇 공정 자동화(RPA)로 불리는 것으로, 반복 업무를 줄여 효율화를 추구한다는 취지다.
[사진=게티스이미지뱅크] |
일본의 주택 건축회사 다이와하우스공업(大和ハウス工業) 본사 종합선전부는 세계 각국의 영업소에서 만든 광고홍보물의 이미지가 하루에 약 80건씩 모여든다.
해당 부서는 가장 가까운 역에서 건물까지 걸어갈 때 걸리는 시간이나, 홍보물의 표기가 규정에 부합하는지 등을 체크해 기한까지 답변을 해야한다.
신문에 따르면 이 작업의 '밑 준비'에 RPA가 도입됐다.
영업소 등에서 이미지 데이터는 우선 사내 시스템에 들어간다. RPA 시스템은 이 중 필요한 이미지를 골라, 번호로 분류해 파일에 이미지를 저장한다. 이후 파일 공유서버에 보관되면 직원들이 체크 작업에 들어간다.
이 밑준비가 오래걸릴 때는 반나절이 소요됐지만, RPA를 도입하고 나서는 20~30분이면 충분하다.
더욱이 사원이 내용을 체크해 수정을 마친 뒤에는 RPA를 통해 다시 영업소에 송신된다. 도이 다이스케(土井大輔) 광고관리그룹장은 "생각한 것보다 이용하기 쉬워 앞으로 도입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회계·감사를 담당하는 부서가 영업장에서 만든 주택판매 등 완료 증명서에 미비한 점이 없는지를 조사하는 경우에도 그 밑 준비에 RPA가 도입됐다.
사내 시스템에서 대상기간이나 영업소 이름을 입력하면 1개의 영업소 당 월 70건 분량의 증명서가 나온다. 이제까지는 이를 한건씩 골라 직접 작업해야 했지만, 이젠 귀가 전에 설정을 마쳐놓으면 다음날 아침에 자동으로 대상기간과 사업소 증명서가 PDA 파일 형식으로 정리된다.
시간단축근무 형태로 다이와에서 근무하는 아카이 미유키(赤井美幸)씨는 "RPA를 통해 생긴 시간을 신입사원 대상 교육자료를 만드는 데 활용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퇴근 후 자녀들을 데리러 갈때가지 일을 마쳐야 한다는 압박감도 완화됐다.
다이와 하우스가 RPA를 도입하게 된 계기는 2016년 가을, 경리와 재무 직원들이 만든 '공부회'였다. 업무가 늘어나도 간단하게 인력을 늘릴 순 없어, 사원들의 장시간 노동이 이어지는데 따른 대안이었다.
마쓰야먀 류조(松山竜蔵) J-SOX추진실장은 "RPA 도입으로 업무 부하가 경감되고 전향적으로 일을 할 수 있게 됐다는 목소리가 많다"고 했다.
현재는 사내 10개의 업무에서 RPA를 도입했다. 이번 봄까지 경감할 수 있었던 사무시간에 인건비를 감안해 시산해보자 누계 2300만엔을 절약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지자체에서도 도입이 늘어나고 있다. 교토(京都)부는 작년도에 25년분의 통계테이터를 폴더 사이트에 업로드하는 사무에 RPA를 도입했다. 시장조사회사 밋쿠(ミック) 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일본 내 약 4000개 회사·단체가 RPA를 도입했다.
◆ 사람이 해야하는 일 '질과 내용 모두 바뀐다'
RPA 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판매하는 NTT데이터의 나카가와 다쿠야(中川拓也) RPA 솔루션 담당 과장에 따르면 사무직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RPA는 인공지능(AI)을 사용한 자동적인 학습을 거치는 기능이 없다.
때문에 해당 업무가 필요한지 여부나, 공정을 중간에 고칠 기회가 사라질 수 있어 오히려 비효율적인 업무가 생길 가능성도 지적되고 있다.
한편 기존의 IT 시스템을 변경하지 않아도 되고, 프로그래밍 등 고도의 지식도 필요없어 사용하기 편하다는 이점도 있다.
나카가와 과장에 따르면 RPA가 원활하게 적용됐을 경우 "사무의 10~20%가 자동화되기 때문에 10명이 필요하던 일을 8명이서 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이처럼 효율화가 진행된다면 사람의 일자리를 뺏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니시가키 도오루(西垣通) 도쿄경제대 교수는 "정형화된 업무는 RPA로 자동화된다고 해도 인간의 일자리가 사리지지 않는다"며 "일의 내용이나 질적인 면은 바뀔 수 있지만 인간의 판단력이나 직감력을 요구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장래적으로 AI가 직장에 도입된다고 해도 문제해결이나, 판단력 등이 요구되는 일이 늘어나게 되고, IT 점검이라는 새로운 일자리가 태어날 수도 있다고 니시가키 교수는 지적했다.
keb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