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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A 칼럼] "손에 든 칼을 버리면 평생 먹고 살게 해주겠다"

기사등록 : 2018-06-05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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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영기 국제부장 =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을 하는데 필요한 숙박비나 회담장소 비용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고 나섰다. 이 단체는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북한이 서명하도록하는 하나의 로비라고 그 취지를 밝혔다. 북미정상회담을 바라보며 세계 평화라는 기치를 내거는 이런 시각도 있다.

반면 생존을 거는 당사자들은 좀 더 현실적이다. 북한을 보면, 그 정확한 개념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비핵화라는 방향이 보수세력들의 반발을 불러 세우고 있다.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은 핵무력의 완성으로 이제는 경제개발에 주력하기 위한 전략을 추진하기 위해, 68세, 81세, 77세로 김정일 세대인 군 지도자 3명을 갈아치웠다고 한다. 내부의 정지작업이 진행된 것이다.

미국도 다르지 않다. 어찌보면 막강한 그리고 훨씬 큰 버튼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월한 지위에서 북한과 협상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보이면서 트럼프는 한차례 북미정상회담을 걷어찼다.보수세력을 안고가는 펜스 부통령에게 모욕을 줬다는 이유도 빼놓지 않았다.

이후 북한의 유화제스처에 슬그머니 다시 정상회담을 하겠다고 돌아왔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대북제재가 매우 엄격하고 강하게 가동되고 있고 시간을 두고 완화될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해명을 했다.

트럼프가 전반적으로 북한에 강경한 태도를 취해왔으며, 사람들이 '너무 강하다. 무력 시위'라고 아우성을 칠 정도였다고 감싸고 돈 것이다.

앞서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도 북한이 검증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 조치를 보여야 제재를 완화한다고 강조하면서 미국내에서 북한에 휘둘린다는 우려를 지우려는 노력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제 미국과 북한은 마주 앉을 준비를 마친 셈이다.

◆ 칼 버리는 건 한 순간 vs 평생먹고 사는 것은 시간이 달린 문제

미국과 북한이 마주 앉아 순조롭게 말을 이어가는 데는 두가지 문제가 걸려있다.

하나는 동등한 지위에서 대칭적인 협상이 가능한가이다. 세계적인 경제학자 제프리 삭스는 미국이 일방적으로 북한에게 NPT를 준수할 것을 요구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로 하여금 비핵화 압력으로 제재조치를 가도록 해 왔다고 일침을 놓았다.

그는 '핵태세 보고서'를 들면서 핵무기가 핵공격의 억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또 핵무장 국가들간의 대규모 재래전을 방지한다는 면에서도 꼭 필요하다는 미 정부의 입장을 들추었다.

또 리비아의 가다피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NATO군이 공격을 퍼부은 것과 시리아에서 미국과 이스라엘, 영국과 프랑스군이 침공한 것을 모두 핵 보유국이 국제법을 무시하는 핵보유국들의 오만함으로 표현했다.

무역분야에서 WTO규칙을 위배하는 미국의 조치를 두고 이는 잘못된 일이라는 아소 다로 일본 재무상은 비판이나 '미국은 국제법을 지키지 않으면서 어떻게 중국에 국제법을 존중하라고 할 것인가'라며 한 목소리를 낸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을 생각해 보면 미국의 태도는 그럴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엄청나고 큰 버튼으로 북한을 겁먹일 수 있다면 우월한 입장에서 비대칭적으로 '칼을 버리면 평생 먹고 살게 해 주겠다'는 협상을 미국이 관철 시킬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북한에 먹혀들어가느냐다. 그쪽 말을 믿어준다면, 북한은 자주적인 독립국가라는 지위를 갖기 위해 핵무기를 개발했다. 해서 이를 받아들일 것 같지 않다. 미국쪽 말을 믿어본다면, 미국이 백번 양보해서 동등한 대칭적인 협상을 한다고 하자.

이제 문제는 칼을 버리는 것은 한 순간이지만 먹고 사는 일은 시간이 걸리는 것이라는 점이다. 이들 사이에는 저량(Stock)과 유량(Flow)이라는 실제적인 차이가 있다. 미국은 한번에 끝내자고 주장하다 한걸음 물러나는 모습을 비추고 있지만, 헬리콥터에 2조달러 이상을 싣고 한꺼번에 북한 상공에 뿌리지 않는 이상은 북한은 비핵화를 한순간에 완료하지는 않을 것이고 그럴 수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비핵화를 어떻게 시간이 걸리는 적절한 유량으로 전환시키느냐가 관건으로 떠오른다. 리비아 전례를 보면서 '칼을 한순간에 버리다가는 맞아 죽는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북한으로서는 더욱 조심스럽게 나올 것이다.

북한이 우리에게 엄청난 상처를 남겼기 때문에 할말도 많고 바라는 것도 많겠지만,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서 첫 걸음을 때는 북미정상회담이 이런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담담하게 지켜보는 것도 우리의 할일이라고 생각된다.

  

007@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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