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진범 기자 = 4월 26일 서울 구로구 지하철1호선 오류동역. 30대 여성이 전동차가 역으로 진입하는 순간 몸을 던져 세상을 등졌다. 오류동역에는 다른 지하철역에는 설치된 승강장 안전문(스크린도어)이 없었다.
지난 4일 만난 오류동역 박상희 역장은 “막을 수 있었던 죽음”이라고 탄식했다. '스크린도어라도 있었다면'이란 생각에서 오는 안타까움이었다. 박 역장은 올해 초부터 정부와 구청 등에 여러 번 스크린도어 설치를 건의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기다려라"였다.
서울 구로구 지하철1호선 오류동역 [사진=박진범 기자] |
역장의 요청에도 오류동역에 스크린도어 설치가 늦어지는 까닭은 역사에 진행되는 ‘철도위 행복주택’ 공사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당 사업은 수도권 소재 철도용지 위에 데크(인공대지)를 짓고, 부지를 조성해 서민용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박근혜 정부의 핵심 공약이었다.
한국철도시설공단 관계자는 “건축공학상 행복주택과 스크린도어 공사를 동시에 진행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선로 위로 큰 지붕을 덮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대공사가 먼저 끝나야한다는 뜻이다.
문제는 공사가 늦어지는 와중에도 사고가 계속 터진다는 데 있다. 오류동역은 지난 10년간 거의 매년 투신 사건이 반복됐다. 사망자 중에는 거주지가 인천인 사람도 있었다. 일부러 오류동역까지 찾아와 목숨을 끊은 것이다.
인근 주민 사이에서 오류동역은 ‘자살역’이라는 오명까지 퍼졌다. 박상희 역장은 “철도공단은 LH가 짓는다고 했는데 LH는 모른다더라. 다시 공단에 물어봤더니 말을 돌렸다”며 “정확한 공사 날짜도 없다. 역장으로서 주민들에게 뭐라고 설명해야할 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 구로구 지하철1호선 오류동역 행복주택 공사 현장 [사진=박진범 기자] |
이처럼 스크린도어 미설치역에서는 승객의 추락·투신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7일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3~2015) 스크린도어 미설치에 따른 안전사고 사상자는 108명이다.
국토부는 반복되는 철도사고를 막기 위해 2017년말까지 139개 광역철도역에 스크린도어를 100% 설치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서울교통공사가 담당하는 277개 역은 현재 스크린도어가 모두 설치된 상태다. 수도권 일대 광역철도망 가운데 1호선은 서울교통공사와 국토부 산하의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나눠 관리한다. 하지만 코레일이 맡은 화서역, 의왕역, 성균관대역 등은 여전히 스크린도어가 없다. 최근 참사가 벌어진 오류동역은 스크린도어 설계조차 없는 상황이다.
일반 승강장뿐 아니라 KTX나 급행열차가 지나는 선로 쪽도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4월 21일 1급 시각장애인 왕모(71)씨가 경의중앙선 서빙고역 선로에 떨어져 중상을 입었다. 경의중앙선 역에는 승강장에는 스크린도어가 있었지만 왕씨가 떨어진 곳은 스크린도어가 없는 화물철로 쪽이었다.
현재 일반 선로가 아닌 곳은 쇠사슬과 펜스로만 진입을 막아놓고 있다. 오류동역도 일반 승강장 바로 뒤편 선로에서 급행열차와 화물열차가 빠른 속도로 지나고 있다.
서울 구로구 지하철1호선 오류동역 급행열차 선로 [사진=박진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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