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과 북한 문제에서 '트러블 메이커(disrupter)'를 자처하고 있다고 4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논평했다.
앞서 미국은 잠정 유예했던 멕시코와 캐나다, 유럽연합(EU)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품에 대해 각각 25%, 10%의 관세를 지난 1일부터 부과하기로 했다. 이에 관련국은 맞불 관세를 예고하며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의사를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미국을 제외한 주요 6개국(G6) 재무장관들은 지난 2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결정에 대해 일제히 비판하는 성명을 내놨다.
캐나다와 프랑스, 독일, 영국, 이탈리아, 일본 재무장관은 캐나다 휘슬러에서 열린 사흘간의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를 마치고 미국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미국의 관세 정책에 대해 "만장일치의 우려와 실망"을 표시하며 이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해달라고 스티브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에게 요청했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이 회의에 오랫동안 참석해왔지만, 미국에 대한 반대가 만장일치였던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글로벌 무역에서 오래 미뤄진 균형 회복을 시도하는 것이라며, 이들 국가의 반발이 과장됐다고 주장했다.
◆ "관세 불확실성에 투자·생산성 저하"
다만 전문가들은 미국의 관세 정책이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무역전쟁으로 비용이 증가하고 일자리 증가에 타격이 발생하며 미국 경제에도 피해가 갈 것이라는 지적이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의 애덤 포슨 소장은 "미국에 대한 신뢰를 다시 구축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며 "(무역 관련) 모든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와 생산성이 저하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치러야 할 정치적 비용은 더 크다는 분석도 나왔다. 트럼프는 유럽연합(EU)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회원국 수출품에 대해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는 평가를 내렸다.
제니퍼 힐만 전 미국 무역위원회(USITC) 위원은 "트럼프의 행동은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무법 천지(lawlessness)라는 인식을 준다"며 "미국은 기본적이고 정당한 절차를 지키지 않으며 다른 국가들과 맺은 약속을 더 이상 이행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문은 "전문가들은 무역 갈등이 더 악화되면서 세계무역기구(WTO)에 현존하는 무역 합의가 향후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 "북한 비핵화 추구, '몽상'과 같다"
트럼프 대통령이 불확실성을 낳는 경우는 북한 문제에서도 드러난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오는 12일에는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 트럼프는 정상회담을 취소한다고 밝혔으나 이후 이를 번복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의 목적이 미국으로부터 경제적 양보를 얻어내는 것이 아니라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것 자체라는 진단을 내놓았다. 많은 국가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원하는데, 북한이 이를 해냈다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국가로서 인정받았음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트로이대학 서울 캠퍼스의 대니얼 핑크스턴 교수는 "북한이 지금보다 더 힘이 세다면 경제발전을 비롯한 다른 목표를 추구하기에 아주 좋은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다"며 "그런 이유에서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비핵화를 추구하는 미국의 시도가 '몽상'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마치 독실한 기독교인에게 영생으로 가기 위해서는 예수를 버려야 한다고 설득하려 하는 것과 같다"고 덧붙였다.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