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미국 정부가 사우디아라비아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일일 약 100만배럴(bpd) 증산을 은밀히 요청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휘발유 소매 가격이 3년여 만에 최고치까지 오르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OPEC의 감산 정책과 유가 상승에 대해 불만을 제기한 데 따라 미국 정부가 이례적인 요청을 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또한 미국의 대이란 제재 부활로 글로벌 산유량의 1%를 넘는 100만bpd의 원유 공급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미국 정치인들은 고유가 시대에는 으레 OPEC의 정책을 비난해 왔으며 미국 정부는 때때로 OPEC에 증산 압박을 가하기는 했지만, 특정 규모의 증산을 요청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소식통들은 말했다.
아랍 산유국들은 지난 주말 쿠웨이트시티에서 미국의 요청에 대해 논의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들은 논의 후 “증가하는 수요를 충당하고 일부 지역에서의 공급 감소를 상쇄하기 위해 시기 적절하게 원유 공급량을 조절할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는 점진적 증산에 합의했지만 다른 감산 동참국들은 아직 증산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백악관은 OPEC과 특별한 대화를 나눴다는 사실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지만,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 대변인은 적절한 에너지 공급이 세계경제 성장과 국가 안보에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변인은 “에너지 공급량을 늘려 건전한 세계경제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시장 기반의 조치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미국의 대이란 제재 부활에 따른 여파를 상쇄하기 위해 증산할 의향이 있는 다양한 국가와 다각적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므누신 장관은 이 외에 세부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현재로서 증산이 가능한 산유국은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쿠웨이트 4개국 뿐이다.
미국이 OPEC에 증산을 요청했다는 소식에 런던선물시장의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 가격이 배럴당 1달러9센트 내린 74달러20센트로 5월 8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5일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 추이 [자료=블룸버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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