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오는 14일(현지시각)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 회의를 앞두고 정책자들 사이에 출구전략의 본격적인 가동을 예고하는 발언이 나왔다.
비전통적 통화정책이 종료 수순을 맞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면서 유로존 주요국의 국채 수익률이 가파르게 뛰었고, 유로화는 하락했다.
페트르 프레이트 ECB 수석 이코노미스트 [사진=블룸버그] |
6일 페트르 프레이트 ECB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 경제 펀더멘털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며 다음주 열리는 회의에서 자산 매입 프로그램의 종료를 공식적으로 논의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옌스 바이트만 독일 분데스방크 총재 역시 한 목소리를 내면서 투자자들은 ECB의 이른바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를 겨냥한 베팅에 잰걸음을 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프레이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베를린의 보험계리인 총회에서 가진연설에서 “유로존의 탄탄한 경제 펀더멘털이 인플레이션의 목표 수준 도달에 대한 자신감을 높이고 있다”며 “이와 함께 고용 수급 상황이 팽팽해지면서 임금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로존의 매파 정책자로 통하는 바이트만 총재도 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점진적으로 정책자들의 목표치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 1분기 독일의 임금 인상률은 1.9%로 지난해 4분기 1.6%에서 상당폭 상승했다. 또 EU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소비자물가지수가 1.9% 상승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4월 수치인 1.2%에서 큰 폭으로 뛴 것이다.
ECB는 지난 2015년 유로존의 디플레이션 및 침체 위기를 차단하기 위해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가동했고, 이를 통해 최근까지 2조5000억유로(2조9000억달러)에 달하는 유동성을 공급했다.
ECB는 월 800억유로에서 시작한 자산 매입 규모를 300억유로까지 축소했고, 올해 말까지 이를 점진적으로 축소해 최종 종료할 계획이다.
ECB의 출구 전략은 앞서 예고된 바 있지만 공식적으로 논의되지는 않았다. 또 올들어 주요 경제 지표 둔화와 이탈리아를 필두로 한 정치권 리스크에 발목이 잡힐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날 발언은 통화정책 정상화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재점화했다. ABN암로의 닉 쿠니스 매크로 경제 및 금융시장 리서치 헤드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정책자들이 인플레이션에 대해 자산 매입을 중단하기 위한 요건을 충족시키고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라며 “양적완화(QE)가 종료 상황을 맞은 셈”이라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다음주 회의에서 ECB 정책자들이 첫 공식 논의를 가진 뒤 늦어도 7월까지 출구 전략 발표와 함께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융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독일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장 후반 9bp(1bp=0.01%포인트) 급등하며 0.468%에 거래됐고, 주세페 콘테 신임 총리의 포퓰리즘 발언에 가뜩이나 상승 압박을 받는 이탈리아 10년물 수익률도 14bp 치솟으며 2.894%를 나타냈다.
같은 만기의 스페인 국채 수익률도 13bp 뛴 1.499%를 기록했고, 뉴욕외환시장에서 유로화는 달러화에 대해 0.5% 가량 상승했다.
주가는 약세를 나타냈다. 독일 증시가 0.1% 가량 내리며 약보합을 나타낸 가운데 범유럽 지수인 스톡스 유럽 600과 프랑스, 이탈리아 증시가 각각 0.5% 내외로 하락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