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진범 기자 = 승강장 안전문(스크린도어)이 없는 오류동역에서 투신사고가 반복됐지만 정부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스크린도어 미설치역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8일 코레일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스크린도어 미설치역은 인천역, 오류동역, 창동역, 소요산역, 능곡역, 광명역, 천안역으로 모두 7개다. 코레일은 스크린도어 시공을 철도공단에서 맡고있다며 떠넘겼다.
서울 구로구 지하철 1호선 오류동역 승강장 [사진=박진범 기자] |
하지만 철도공단이 파악하고 있는 미설치역 현황은 코레일과 전혀 달랐다. 철도공단 관계자는 “화서역, 의왕역, 성균관대역에 스크린도어가 아직 없다"며 "지반이 약해 완공이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철도공단도 떠넘기기는 마찬가지였다. 인천역, 오류동역도 스크린도어가 없지 않느냐고 묻자 “우리 담당이 아니다. 코레일에 물어보라”고 답했다. 시공 담당과 운영 담당이 서로에게 미루는 꼴이었다.
이를 총괄해야 할 정부도 무책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7일 국토부 관계자는 스크린도어 미설치역 현황을 묻는 말에 "철도공단 담당이다. 공단에 물어보라”고 답했다. 또 다시 떠넘기기였다.
국토부는 지난해 말까지 5709억원을 투입해 모든 광역철도 역사에 스크린도어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해가 넘어갔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지반이 약한 일부 역에 보강 공사를 하느라 계획이 늦어졌다"며 "이달 말까지 완료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류동역은 설계조차 없는 상황으로 드러났다.
인천역과 오류동역에 대해서는 "애초에 계획에 없었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대답을 내놨다. 결국 '스크린도어 100% 설치'란 약속은 깨지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스크린도어가 설치됐으나 작동하지 않는 역은 집계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실제 도봉역, 월계역, 석수역 등은 스크린도어 프레임만 있을 뿐 출입문이 없는 등 사실상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스크린도어 설치는 2000년대 초부터 본격화됐다. 정부는 2003년 한 해에만 수도권 지하철에서 68명이 실족·투신해 목숨을 잃자 스크린도어 설치안이 포함된 '승강장 안전사고 방지대책'을 내놨다.
스크린도어는 투신자살을 막는 효과가 탁월하다. ‘2016 철도안전백서’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0년까지 도시철도에서만 매년 80~90건의 자살사고가 발생했지만 스크린도어 등 안전설비가 확충되면서 2011년에는 30건대로 확 줄었다.
다만 스크린도어 미설치역에서는 여전히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스크린도어가 없던 안산 중앙역에서 투신한 시민이 한 해에만 3명이나 나와 정부 비판이 거셌다.
정부의 탁상행정에 시민 불안만 가중되는 가운데 오류동역에선 바로 한 달 전 또 투신 사망자가 나왔다. 오류동역 박상희 역장은 "시민들은 반복되는 사고에 몹시 불안해하고 있다"며 스크린도어 설치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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