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규희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도입 반대를 주도하는 판사를 회유하기 위해 재산내역 및 개인 이메일 조사하고 징계를 검토하는 등 사찰을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뉴스핌] 이형석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박근혜 정부 당시 상고법원 도입을 위한 법원행정처 ‘재판거래’ 파문에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18.06.01 leehs@newspim.com |
지난 5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공개한 98개 문건에 따르면 양승태 사법부는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 상고법원 도입을 반대하는 차성안 판사를 뒷조사했다.
차 판사는 2015년 8월 11일 법원내부통신망 ‘코트넷’에 상고법원 반대 취지의 글을 올렸다. 양 전 대법원장이 같은달 6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상고법원 도입을 요청한 직후였다.
상고법원 도입의 전제로 심리불속행 제도를 폐지하게 되면 비정상적으로 높은 상고심 비중이 고착되거나 악화되고 이는 사실심 판단이 뒤집힐 가능성을 높여 사실심 심리가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차 판사 글에 판사들의 관심이 쏟아지자 사법부는 대응 마련에 착수했다.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은 법원행정처 심의관에게 이를 지시했고, 그는 차 판사가 동료 판사들과 주고받은 메일 등이 담긴 ‘차성안 판사 게시글 관련 동향과 대응 방안’ 문건을 작성해 보고했다.
해당 문건은 차 판사의 글을 시작으로 상고법원 도입에 반대하는 판사들의 글이 이어질 것을 우려했다. 언론보도가 되면 상고법원 입법 전략에 큰 피해가 된다는 것이었다.
차 판사의 사촌 형인 차문호 부장판사를 통해 회유를 시도한 정황도 공개됐다. 차 판사는 상고법원 도입에는 법관 대폭 증원에 대한 논의가 빠져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거부했다.
차 판사는 다음달 한 진보성향 주간지에 칼럼을 투고하는 등 의견 개진을 이어갔다. 그러자 행정처는 ‘차성안 판사 시사인 칼럼 투고 관련 동향과 대응 방안’, ‘차성안 판사 언론사 기고 관련 겸직허가’ 문건을 작성하며 차 판사를 압박했다.
차 판사의 외부기고가 법관윤리강령에 위반되는지 여부 및 공정성 유지의무 위반 여부, 판사의 겸직 허가 요부 등이 검토됐다. 하지만 품위유지의무 위반이라 단정하기 어렵고 겸직허가가 요구되는 계속적 언론 기고의 범위가 불분명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임 전 차장의 뒷조사는 끊이지 않았다. 이듬해 4월 6일 차 판사의 재산관계를 캐냈다. ‘차성안 판사 재산관계 특이사항 검토’ 문건에 따르면 행정처는 차 판사의 재산총액을 연도별 그래프로 작성하는 등 특이사항을 찾아내려했으나 또다시 실패했다.
차 판사는 자신에 대한 법원행정처의 뒷조사 정황이 공개되자 지난달 26일 SNS를 통해 “거대한 법원 사법행정 조직을 동원해 나의 대학시절과 재판, 업무내용, 재산신고 내역까지 뒤진 당신들의 사찰행위가 바로 불이익 그 자체”라며 사찰 관련자들에 대한 고발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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