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인터넷 게시판에서 고양이 등을 학대하는 영상이 급증하고 있다고 7일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신문은 "이런 영상에는 잔인한 행동을 부추기는 댓글들도 많이 달리고 있다"며 "게시글을 보고 충격을 받는 사람들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영상 업로드 자체를 막을 수 있는 법률이 없어 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고양이 학대 영상 끊이지 않아…트라우마 겪는 사람도
이번달 1일 후쿠오카에서 학대당했다가 구출된 고양이 [사진=NHK] |
"가마 솥에 넣어 물로 끓여보면 어때?
"지금 막 앞뒷발의 육구(고양이 발바닥)을 불로 지졌어. 비명이 끊이질 않네"
자칭 '동물학대 애호가'들이 모인 인터넷 게시판에는 이런 글이 가득하다. 뿐만 아니다. 우리에 갇힌 채 거품 가득한 세제액에 빠트려진 고양이나 사람 발에 짖밟힌 고양이, 피를 흘리는 고양이 등 고통스러운 영상도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새로운 영상이 올라오면 폭력성을 부추기는 댓글이 달리는 건 희귀한 일이 아니다. 며칠 만에 이런 댓글이 1천건을 넘기는 게시글도 있다. 댓글 중에는 작성자를 "신", "예술작품이다" 라며 칭찬하는 내용도 있다.
후지무라 아키코(藤村晃子) 일본 동물학대방지협회 대표이사는 "이런 영상을 아이들도 스마트폰을 통해 볼 수 있다"며 "영상을 보고 PTSD(외상 후 스트레스장애)에 걸린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동물학대방지협회에서는 학대영상을 발견하면 곧바로 경찰이나 게시판 운영회사에 통보를 하고 있다. 운영회사가 자체적으로 게시글을 삭제하는 경우도 많지만, 삭제하는 즉시 새로운 영상이 올라오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후지무라 대표는 "단지 재미있어 보인다고 영상을 흉내내는 사람들이 나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사이타마(埼玉)현에 거주하는 한 남성은 고양이에게 물린 일을 계기로 인터넷에서 본 영상들을 흉내내 고양이 학대를 시작했다. 가스버너로 고양이를 태우거나, 뜨거운 물을 붓는 등의 행동으로 죽인 고양이도 여러마리. 그는 학대장면을 영상으로 만들어 인터넷 게시판에 공개했다.
그는 재판에서 "'좀 더 해봐'라는 댓글을 보며 학대행위에 대한 저항감이 옅어졌다"고 진술했다. 그는 지난해 동물보호법 위반죄로 유죄판결(집행유예)을 받았다.
일본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고양이 학대 관련 댓글들. '어린고양이에게 끓는 기름을 부어라', ’아기고양이는 조금만 괴롭혀도 무지개다리(죽는다는 의미)니까', '역시 하드한 학대에는 성년 고양이가 제일 좋아' 등의 내용이 댓글로 올라와있다. 게시글의 제목은 '즐거운 고양이 학대방법을 이야기해보자'이다. [사진=니챤네루] |
◆ 학대 영상은 확산되지만…'규제 밖'에 있어
일본 국회에선 동물애호법 관련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와, 당적을 막론한 의원들이 개정안을 만들고 있다. 하지만 신문은 "영상을 공개하거나 유포하는 행위는 현행법으로도, 개정안으로도 규제 밖에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일본 조사당국이 동물애호법 위반혐의로 입건을 하기 위해선 학대한 인물을 특정할 필요가 있다. 오사카(大阪)부 경찰 조사관계자는 "영상만 봐서는 학대하는 인물이 게시글 작성자인지, 다른 인물인지 알기 어려워 특정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야후 등 IT대기업에서 만든 단체 '세이퍼(safer)인터넷 협회'에 따르면 동물학대 영상은 지침 상 삭제 의뢰 대상이 되지 못한다. 아동포르노나 규제 약물 같은 '위법 정보'나, 사람의 시체 등 '유해 정보'에 해당되지 않는 않기 때문이다.
다만 동물학대 영상은 지난 4월에만 약 100여건의 삭제 신청이 들어온 상태다. 협회 담당자는 "현재는 동물학대와 관련된 삭제 규정이 없지만, 신청이 많아진다면 바뀔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애완동물 문제에 해박한 우에다 가쓰히로(植田勝博) 변호사는 "현재 동물학대 영상은 인터넷 접속 서비스 제공 회사(프로바이더)나 사이트 운영회사의 판단에 맡겨진 상태로 사실상 방치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동물학대 영상은 범죄를 선전하는 '반사회적인 행위'로 표현의 자유를 뛰어넘는다"며 "혐오감을 유발하고 범죄를 유도할 수 있는 영상은 법률로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일본의 동물애호법에 따르면 개나 고양이 등 동물을 살상하는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엔(약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애호동물법 위반 혐의로 지난해 적발된 건수는 68건(76명)으로 통계가 작성된 2010년 이후 최다였다.
애호동물이란 오랜기간 가축이나 애완동물로 여겨진 소, 말, 돼지, 양, 개 고양이 등 사람이 점유하고 있는 포유류, 조류, 파충류를 말한다.
keb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