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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에서 악연으로]④사이버 성폭력, 연인간 ‘리벤지 포르노’ 주의

기사등록 : 2018-06-08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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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간 공유한 '성적 촬영물' 이별 후 유포... 보복 범죄 증가세
'본인 촬영물' 무단 유포도 처벌할 수 있게 성폭력처벌법 14조 개정 움직임

[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지난 2월 여대생 이모(21)씨는 헤어진 전 남자친구가 자신의 나체사진을 인터넷에 퍼트린 사실을 알게 됐다. 이씨의 전 남자친구는 “나를 이용했으니 용서하지 않겠다”며 연애 당시 이씨에게 받았던 나체 사진과 동영상 등을 인터넷 커뮤니티에 유포했다. 심지어 이씨의 이름과 주소, 학교, 연락처 등도 포함시켰다. 이씨는 “사람들이 나를 알아보겠지 싶어 정말 죽고 싶었다. 이 사람은 나를 간접적으로 죽인거나 마찬가지”라며 울분을 토했다.

SNS 등 통신매체가 발달하며 ‘리벤지 포르노(revenge porno)’가 대표적인 이별범죄로 떠올랐다.

리벤지 포르노란 헤어진 연인에게 보복하기 위해 유포하는 성적인 사진이나 영상 콘텐츠를 말한다. 친밀했던 연인 관계가 오히려 독이 되는 상황이다. 시공간을 초월하는 사이버 공간 특성상 한 번 유포 피해를 입으면 완전히 삭제하기도 어렵다.

8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온라인 성폭력은 매년 큰 폭으로 상승세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의 ‘카메라 등 이용 촬영’ 발생 건수는 2011년 1565건에서 2015년엔 7730건으로 4년 만에 5배 가까이 증가했다. ‘통신매체 이용음란’도 2011년 911건에서 2015년엔 1139건까지 늘어났다.

특히 카메라 등 이용 촬영의 경우 데이트 상대에 의한 피해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상담 통계(2011~2016년)에 따르면 ‘카메라 등 이용 촬영’ 부문에서 피해자와 가해자가 아는 사이인 경우는 71%에 해당했다. 성인 피해자의 경우 현재 또는 전 데이트 상대가 가해자인 경우가 40%였다.

연인 관계에서 오간 내밀한 사생활을 공개, 악용하면서 피해자는 ‘인격 살인’을 당했다고 호소하지만 가해자를 처벌하는 현행법엔 구멍이 있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는 ‘타인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해 촬영하거나 유포’한 경우로 특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본인이 찍은 촬영물’이 유포될 경우 성폭력처벌법으로 리벤지 포르노를 처벌하기 어렵다.

이 경우 유포 행위에 대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죄를 적용할 수 있다. 문제는 처벌 수위가 낮아진다는 점이다. 카메라 등 이용 촬영은 5년 이하 징역 등에 처할 수 있는 데 반해 명예훼손죄는 3년 이하 징역이며 가해자가 신상정보공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성폭력처벌법 14조를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등 여성단체들은 지난달 2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스스로 촬영한 영상물의 동의 없는 유포도 성폭력”이라며 ‘유포행위’에 초점을 맞춰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도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며 팔 걷고 나섰다. 지난해 9월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국무회의에서 ‘디지털 성범죄 피해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한 이후 리벤지 포르노 유포행위에 강력히 대처하겠다는 정부 입장도 공고해졌다.

여성가족부는 7일 '제3차 디지털 성범죄 민관협의체 회의'를 개최해 ‘본인 촬영물을 동의 없이 유포’한 경우도 5년 이하의 징역형 등에 처할 수 있어야 한다며 '성폭력처벌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방침이다.

zunii@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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