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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주의 재무제표 X-RAY] 부채 급증? 오해받는 '한국의 홈데포' 유진기업

기사등록 : 2018-06-15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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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현대저축은행 인수. 높은 부채비율은 금융업의 재무적 특징
홈임프루브먼트 매장 에이스홈센터의 성장 가능성 주목할만

[서울=뉴스핌] 이민주 기자 = "유진기업 부채비율이 400%대로 급증했네요. 남북경협 수혜주라고 해서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이 회사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닌가요?"

레미콘 1위 기업 유진기업(대표 최종성)이 주식 시장 참여자들의 관심 종목으로 떠올랐다. 증권 사이트나 주식 카페에 들어가보면 이 회사에 관해 제기되는 질문은 "왜 부채가 급증했는가", "왜 최근 주가가 올랐는가"의 두가지로 요약된다.

유진기업 부채비율 추이. K-IFRS 연결 기준. 자료 : 2013~2018년 유진기업 사업보고서.

두가지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 회사의 M&A(인수합병) 전략과 신규 사업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 현대저축은행 종속기업에 편입되면서 부채비율 UP

먼저, 이 회사의 부채가 급증한 이유는 지난해 10월 현대저축은행을 인수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유진기업은 KB금융지주로부터 현대저축은행을 인수해 유진저축은행으로 사명을 바꾸고, 지난해 4분기부터 종속기업으로 편입시켰다.

저축은행은 부채가 과다할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저축은행에 예금을 하면 은행의 재무상태표에는 (예수)부채로 기재(인식)되기 때문이다. 자산의 87%가 부채(1조 7509억원)인 유진저축은행이 종속기업으로 편입되다보니 유진기업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부채비율이 436%가 됐다.   

유진저축은행의 재무현황. 자료 : 2018년 1분기 유진저축은행 분기 보고서.

그렇지만 별도 기준으로는 여전히 101%이다. 

◆ '한국판 홈데포' 에이스홈센터 1호점 오픈

최근 주가가 상승한 이유와 관련, 남북경협 테마를 타고 있지 않느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유진기업은 국내 레미콘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으로 수도권을 비즈니스 영역으로 하고 있다. 국내 주요 레미콘 회사의 사업 소재지를 살펴보면 전국에 골고루 분포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레미콘(Ready Mixed Concrete)의 특성에 기인한다. 레미콘은 시멘트(54.6%), 모래(24.3%), 자갈(20.2%)을 트럭 믹서에 넣어 혼합한 것인데, 레미콘 트럭이 90분 이내에 공사현장에 도달해야 굳지 않고 사용가능하다.

남북경협이 이뤄지면 수도권 지역의 건축 공사가 활발해질테고,이에 따라 수도권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유진기업이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회사의 향후 성장성을 추정할 때 정작 들여다봐야 할 신규 사업은 '홈임프루브먼트(Home improvement) 매장' 에이스홈센터다  

유진기업은 이달초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 3층 규모의 에이스홈센터 1호점을 오픈했다. 이 매장에서는 집을 꾸미고 유지ㆍ보수하는 데에 필요한 공구와 인테리어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데, 이 사업의 성장 잠재력이 만만치 않다.

홈임프루먼트 매장의 롤모델이라고 할만한 미국의 홈데포(Home Depot)는 미국 50개주 전역에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미국의 소매 기업 순위에서 월마트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 오픈한 유진기업의 에이스홈센터(왼쪽), 미국의 홈데포. 자료 : 유진기업, 홈데포 홈페이지

미국 홈데포 매장에 들러본 경험이 있다면 나사, 볼트, 회반죽 등 다양한 종류의 주택 수리 용품이 '착한 가격'에 진열돼 있는 모습과 주택 수리에 관해 풍부한 지식을 가진 직원들의 친절하고 예의바른 서비스에 깊은 인상을 받았을 것이다.  

미국 홈데포 매장을 직원이 점검하고 있다. 자료 : 홈데포 홈페이지

홈데포 주가는 1979년 25센트에서 12일 현재 199달러로 39년에 걸쳐 796배 올랐다. 생활 수준이 높아질 수록 집안 인테리어에 신경쓰는 인구는 증가하고, 홈데포의 실적은 개선되고 있다. 유진기업은 에이스홈센터 금천점을 시작으로 향후 5년 내 전국 20여개 지역에 산업용재, 건자재 판매 전문점을 열 계획이다.

홈데포 주가추이. 1981~2018. 6. 자료 : 야후 파이낸스

유진기업의 이같은 계획에 대해 일부 소상공인들은 골목 상권에 피해를 준다며 반발하고 있다.  서울 독산동 에이스홈센터 1호점은 이런 갈등으로 오픈이 연기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양질의 저렴한 서비스를 선호하는 고객을 만족시키는 기업이 결국 주도권을 갖는 현상은 자본주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반복적으로 관찰되고 있다. 미국 홈데포를 살펴보면 매장 오픈이 오히려 현지의 공구, 건자재 도매상에게 안정적인 판로를 제공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 ROE 두자리수, PER는 7점대 

올해 예상 실적 기준으로 이 회사를 가치평가해보면 ROE(자기자본이익률) 13.9%, PER(주가수익비율) 6.8배, PBR(주가순자산배수) 1.0배다. 주주를 위해 두자리수 이익을 내는 기업이 PER 한 자리수를 기록하고 있다.

 hankook66@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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