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한태희 기자 =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고 있지만, 고용 상황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지난 5월 취업자 증가 규모는 10만명을 밑돌았고, 청년 실업률은 5월 기준 역대 최고치까지 치솟았다. 서비스업 관련 취업자 감소가 이어지는 터라 최저임금 인상 논란이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15일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 5월 취업자 수는 2706만4000명으로, 전년동월대비 7만20000명 증가했다. 2010년 1월(-1만명) 이후 가장 낮은 증가폭이다.
문제는 고용지표 추이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월 30만명을 웃돌았던 취업자 증가 규모는 2월 10만4000명으로 주저앉았다. 3월과 4월에는 각각 11만2000명, 12만3000명을 기록하며 반등을 기대했지만, 10만명대 마저 붕괴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실업률도 치솟았다. 5월 실업률은 4.0%로, 5월만 놓고 보면 18년 만에 최고치다. 15~29세 청년실업률은 10.5%로 5월 기준 가장 높은 수치다.
◆서비스·판매종사자 계속 줄어…최저임금 인상 영향?
고용 상황이 갈수록 나빠지는 요인으로 먼저 서비스업 부진이 꼽힌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서비스·판매종사자 수는 계속 줄었다.
특히 16.4% 올린 최저임금이 적용된 지난 1월에는 서비스·판매종사자 수가 전년동월대비 3만5000명 줄었다.
2월(-2만6000명)과 3월(-3만9000명)에도 감소세가 이어졌다. 4월 감소세(-2만3000명)가 잠시 주춤했지만, 5월 감소폭(-4만8000명)이 다시 확대됐다.
산업별로 보면 도소매·숙박음식업과 교육서비스, 시설관리 분야 부진이 이어진다. 지난 5월 도소매업 취업자는 전년동월대비 5만9000명 줄었다. 같은 기간 숙박음식업과 교육서비스 취업자는 각각 4만3000명, 9만8000명 줄었다. 또 시설관리 취업자도 같은 기간 5만3000명 줄었다. 모두 최저임금 인상과 연관이 깊은 산업이다.
보건·복지(13만8000명), 공공행정·국방 및 사회보장행정(8만6000명)에서 취업자 증가세가 유지된다는 게 그나마 위안이다.
◆제조업도 흔들…"혁신성장 성과 못내면 고용 악화 계속"
전문가들은 서비스업 취업자 감소 원인의 하나로 제조업 위기를 지목한다. 자동차와 조선업 구조조정 여파로 제조업 취업자가 빠르게 늘지 않은 게 고용 악화 주범이라는 진단이다.
지역 거점 제조업은 지역 상권 등 내수 서비스업 경기와 직결된다. 예컨대 군산 자동차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점심 때 식당에 가서 밥을 먹고 저녁에는 삼겹살 먹으며 회식도 하고 2차로 노래방도 가야 음식 및 서비스업 취업자가 증가한다. 하지만 제조업 위기로 이런 경로가 끊어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제조업 취업 상황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지난 4월 제조업 취업자는 전년동월대비 6만8000명 감소했다. 지난 5월에 제조업 취업자는 전년동월대비 7만9000명 줄었다. 두달 연속 감소세다.
문제는 조선업과 자동차 외 한국경제를 지탱하는 반도체 분위기도 낙관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컴퓨터와 영상 등 반도체 관련 분야에서 취업자가 계속 늘지만 증가세가 둔화한다는 게 통계청 분석이다.
건국대 최배근 경제학과 교수는 "자동차와 조선업 등 주력 산업이 타격을 입으면 음식점업 등도 연쇄적으로 타격을 받는다"며 "고용지표 악화는 주력 산업인 제조업 위기 등 구조적인 요인에서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배근 교수는 "산업 경쟁력 강화나 산업 생태계 혁신 등 문재인 정부가 혁신성장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 고용지표는 앞으로도 계속 안 좋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최악의 고용 성적표가 나오자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청와대 일자리수석 및 각 부처 장관이 참석하는 고용 관련 긴급경제현안간담회를 열었다.
김 부총리는 "민간 일자리 창출력을 높이는 구조적인 일자리 창출 노력을 지속하면서 정부가 할 수 있는 단기적인 대책도 꾸준히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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