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글로벌 펀드 업계의 신흥국 시장 ‘엑소더스’가 두드러진다.
아르헨티나와 터키 등 위기에 몰린 신흥국은 물론이고 인도네시아와 한국, 대만 등 펀더멘털을 갖춘 지역까지 ‘팔자’가 번지는 양상이다.
미 달러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연초까지만 해도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과 달러화 상승에 강한 저항력을 보였던 이머징마켓이 휘청거리기 시작했다는 주장이다.
18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연초 이후 해외 펀드가 6개 아시아 이머징마켓 주식시장에서 190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빼낸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과 인도, 필리핀, 인도네시아, 대만, 태국 등 비교적 강한 경제 펀더멘털을 갖춘 것으로 평가 받는 국가에서 해외 투자자들이 적극적인 매도에 나선 것.
특히 최근 2개월 사이 투자자들의 ‘팔자’에 속도가 붙었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지난 4월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3.0% 선을 뚫고 오른 데 따라 미국 머니마켓펀드가 2%에 이르는 수익률을 제공하는 등 투자 여건이 급변한 데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금리 상승으로 대체 투자처가 등장하면서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와 달러화 상승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산시장에 집중됐던 매도 공세가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연준이 이달 통화정책 회의에서 올해 네 차례의 금리인상을 예고한 만큼 신흥국 자산 가격의 하락 압박이 지속될 것이라는 데 투자자들의 의견이 모아졌다.
JP모간의 제임스 설리번 아시아 주식 리서치 헤드는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이머징마켓 자산을 적극 사들일 때가 아니다”라며 “앞으로 12개월 사이 연준의 금리인상 전망치가 아직 절반밖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JP모간이 집계하는 아시아 달러 지수는 올해 최저치로 하락, 신용 사이클 반전에 따른 충격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아르헨티나를 필두로 터키와 인도네시아, 인도 등 주요국이 일제히 금리인상에 나섰지만 통화 및 자산 가격 하락에 제동을 걸지 못했다.
상황은 주식도 마찬가지. MSCI 이머징마켓 주식 인덱스는 4일 연속 하락했다. 또 미국에서 거래되는 이머징마켓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는 지난 15일 기준 한 주 사이 27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이 빠져나갔다. 이는 1년래 최대 규모다.
미국의 금리 및 달러화 상승 이외에 주요국 사이에 고조된 무역 마찰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산유량 확대 움직임도 신흥국에 악재로 꼽힌다.
일부 투자은행(IB)은 미국 경제 성장률이 2분기 정점을 찍고 하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관세 전면전이 전세계 경제 전반의 성장률을 압박하는 한편 수출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에 특히 커다란 흠집을 낼 것이라는 경고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