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불 <아프가니스탄> 로이터=뉴스핌] 김세원 인턴기자 = 1979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후 40년간 지속된 내전과 유혈 사태에 지친 아프가니스탄 국민이 내전 지역을 가로지르며 목숨을 건 평화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카불에 도착한 평화 행진 참가자들. 행진 참가자들은 이슬람 머리 장식인 터번에 인공 꽃을 달았다.[사진=로이터 뉴스핌] |
로이터통신은 18일(현지시각) 내전 종식을 희망하는 평화 행진 참가자들이 아프가니스탄 남서부 헬만드주(州)에서 출발한 지 38일 만에 수도 카불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38일간 약 700km를 걸은 참가자들은 행진 도중 여러 마을 주민들로부터 환영받기도 했다.
노래와 춤으로 참가자들을 응원하는 주민부터 빵과 요구르트 등 간단한 음식을 챙겨주는 주민들까지 아프간 시민들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행진을 바라보면서 눈물을 훔치는 시민들이 목격되기도 했다.
이번 행진에 참여한 의과대학 재학생 이크발 카이베르(27)는 "정부와 탈레반이 통제하는 지역을 지나오는 길에 만난 사람들 모두 전쟁으로 지쳐 보였다"고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우리는 카불로 오면서 탈레반 전투원들과 마주치기도 했다. 그들은 우리가 지나온 곳이 폭탄이 매장된 위험한 곳이었다고 경고하면서 우리에게 안전한 길을 알려줬다. 그들과 이야기를 나눈 뒤, 그들 역시 전쟁으로 지쳐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고 부연했다.
아프가니스탄 평화 행진은 지난 3월 최소 14명의 사망자와 수십 명의 부상자를 낳은 헬만드주(州) 차량 폭탄 테러를 계기로 시작됐다. 잇달아 발생하는 테러와 내전에 분노한 8명의 아프가니스탄 젊은이들이 시작한 행진은 카불에 도착할 즈음 그 숫자가 8배 이상 불어났다.
이슬람의 단식 기간인 라마단이 시작되기 전 행진 참가자들은 하루에 약 30~35km의 거리를 걸었다. 하지만 라마단 기간에는 하루 평균 행진 거리를 10km 정도 단축했다.
이번 행진에 참여한 참가자들은 "카불에서 행진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평화 행진 지속 의지를 밝혔다.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탈레반은 라마단 종료를 기념하는 이드알피트르 축제가 끝나는 날까지 휴전을 선언했다. 휴전 기간 중 아프가니스탄 마을 곳곳에서는 탈레반과 정부군이 포옹하고, 함께 사진을 찍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하지만 아프간 정부가 휴전을 20일까지 연장한 반면, 탈레반은 지난 17일 임시 휴전 종료를 발표해 현재 아프가니스탄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탈레반은 1994년 아프가니스탄 남부 지역에서 결성된 이슬람 무장 단체로 1996년부터 2001년까지 아프가니스탄을 지배했다. 2001년 미군의 공격으로 탈레반 정권이 무너지자 탈레반은 활동 지역을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국경 지대로 옮겨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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