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일제에 의해 본 모습을 훼손당한 덕수궁의 '제 모습찾기' 작업이 본격화됐다. 문화재청은 19일 덕수궁 광명문 기공식을 시작으로 돈덕전과 선원전의 원형 연구와 복원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덕수궁은 1897년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한 후 경술국치인 1910년까지 13년간 대한제국의 궁궐로 사용한 곳으로 당시는 중명전과 옛 경기여고가 있던 자리까지 포함된 넓은 궁역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1919년 고종이 승하하면서 덕수궁 궁역이 여러가지 이유로 잘려나갔고 궁궐 전각들은 훼철(헐어서 치워버림)됐다.
수궁 국장화첩(1919년) 광명문(위), 현재 광명문 [사진=문화재청] |
1920년 현재의 덕수궁과 미국대사관 사이에 담장 길이 조성돼 덕수궁이 둘로 쪼게졌고 조선왕조의 근원인 선원전 영역은 총독의 손에 넘어가 조선저축은행 등에 매각됐다. 선원전은 헐려 창덕궁으로 옮겨졌다. 또한 덕수궁 중심영역의 공원화 계획으로 돈덕전마저 헐려나가고 함녕전의 정문이었던 광명문도 지금의 자리로 옮겨져 유물을 보관하는 전시관으로 변해버렸다.
돈덕전은 1902년 고종 즉위 40주년을 맞아 칭경(稱慶, 축하의 의미) 예식을 하기 위한 서양식 연회장 용도로 지어졌다. 고종을 만나기 위한 대기장소나 외국사신 접견장소, 국빈급 외국인 방문 시 숙소 등으로 활용됐다. 1907년에는 순종이 즉위하는 곳으로 사용됐다. 하지만 순종이 거처를 창덕궁으로 옮긴 후 덕수궁 공원화 사업으로 같이 훼철됐고 이후 아동 유원지로 활용되면서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돈덕전 복원을 위한 발굴조사는 지난해 마쳤다. 지금은 복원을 위한 설계를 하는 중이다. 연내에 공사를 시작해 2021년 완공예정이다. 다 복원되면 대한제국과 관련한 자료관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문화재청은 2038년까지 3단계에 걸쳐 진전인 선원전, 빈전으로 사용됐던 홍덕전, 혼전인 홍복전 등 주요 전각과 부속건물(54동), 배후림(상림원), 궁장 등을 복원해 나갈 예정이다.
돈덕전과 석조전 애뉴얼리포트(1911년 조선총독부), 덕수궁 복원 투시도, 선원전 권역 복원 조감도(위로부터) [사진=문화재청] |
올해는 선원전 지역의 발굴조사를 위해 미 대사관에서 사용하던 조선저축은행 사택, 미부대사관 관저 등 건물 9동과 시설물을 철거할 예정이다. 철거 전 작년에 완공된 '고종의 길'과 철거 건물들도 개방한다. 선원전이 해체된 후 여러 용도로 사용되던 역사적 장소를 국민이 둘러볼 수 있도록 일정 기간 공개한다.
선원전은 고종이 대한제국 황제로 즉위하기 전 가장 먼저 신축했던 중요한 건물이었으나 1900년 10월 화재로 불타게되자 당시 미국 공사관 북쪽 수어청자리(정동부지, 옛 경기여고 터)로 옮겨 1901년 7월11일 복원됐다. 그러다 1919년 1월 고종이 승하한 후 모두 없어져 다른 건물이 들어섰다가 해체됐다.
해방 이후에는 경기여고 용지로 쓰이다가 주한미국대사관에 양도됐다. 2003년 6월 미국대사관 기숙사 건립을 위한 문화재 지표조사 중 덕수궁 선원전 터가 확인되면서 용산 미군기지 내 부지와 맞교환하기로 합의돼 2011년 우리나라로 다시 소유권이 넘어왔다. 선원전 권역인 정동부지는 2011년까지는 미국대사관과 경기여고 등의 부지로 사용됐으며 이후 교환된 부지 사이에 경계벽이 설치되고 아관파천 당시 고종이 걸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고종의 길'이 지난해 말 완공되면서 복원이 시작됐다.
문화재청은 "덕수궁의 제 모습 찾기'를 진행하면서 일제에 의해 훼철되고 변형·왜곡된 궁궐의 위상을 회복하고 대한제국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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