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청약 열기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지만 중소형 건설사들의 공급한 물량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연 5000가구 미만 공급실적을 갖는 중소형 건설사들은 대형 건설사나 주택전문 중견 건설사들과 비교할 때 브랜드 인지도가 낮다. 더욱이 아파트를 공급하는 지역도 비인기 지역이 대부분이라 미분양물량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준공 때까지 분양이 원활하지 않으면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형 건설사들은 신규 사업에 대한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2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달 주요 중소형 건설사들이 전국에서 선보인 신규 아파트가 대거 미달했다.
지난해 건설사 시공능력평가순위 30위 중견 건설사인 대방건설이 경기도 의정부에서 분양한 ‘고산 대방노블랜드’은 6개 주택형 중 4개가 미달됐다. 청약 1순위에서 총 876가구(특별공급 제외) 중 444가구가 잔여가구로 남았다. 하루 더 2순위 청약을 받았지만 139가구 미달을 막지 못했다.
의정부 고산동 고산택지지구 C5블럭에 들어서는 이 단지는 총 932가구로 짓는다. 디비산업개발이 시행사로, 대방건설이 시공사로 사업을 진행한다. 전용면적은 74~84㎡, 분양가는 평균 3억4480만~3억5260만원이다. 오는 2020년 11월 입주 예정이다.
의정부의 '신도시'격인 고산지구는 구도심과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한 점이 부진한 청약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일대는 세종~포천 고속도로와 가깝지만 서울지하철 1호선과 이어지는 전철 노선과 멀리 떨어져 있으며 의정부 경전철 이용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서희건설이 시공하는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경기 포천 ‘송우1 서희스타힐스’는 지난 19일 청약 1순위 접수에서 신청자가 8명에 불과했다. 분양한 252가구가 대부분 잔여가구로 남은 셈이다.
포천시 소흘읍 송우리 257-5번지 일대에 짓는 이 단지는 송우1지역주택조합이 시행사로 서희건설이 시공사다. 전용면적은 59~84㎡, 분양가는 2억1818만~2억9268만원이다. 2021년 1월 입주 예정이다.
전북 ‘익산 마동 코아루 디펠리체’는 분양가구 221가구 중 84가구가 미달했다. 2순위 청약을 받았지만 전체 물량의 38%가 주인을 찾지 못했다. 이 단지는 전북 익산시 마동 170-1번지 일대에 짓는다. 한국토지신탁과 대창건설이 각각 시행, 시공을 맡았다. 전용면적은 단일 주택형인 75㎡로, 분양가는 2억6000만원 정도다. 2020년 9월 준공을 계획하고 있다.
힘찬건설이 제주시 전농로9길 27에 짓는 ‘아이린아파트 5차’는 54가구 중 52가구가 잔여 물량을 남았다. 에스지건설이 분양한 강원도 ‘원주 봉화산 벨라시티 3차’도 488가구 모집에 118가구가 미달했다.
이처럼 중소형 건설사들이 공급한 분양물량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은 우선 브랜드 선호도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들 중소형 건설사 아파트는 수요자 입장에선 최선호 브랜드가 아닌 셈이다. 공급 아파트 대부분이 중소형 단지이고 주변 인프라가 뛰어나지 않은 곳에 사업을 벌이는 것도 약점이다.
이런 분위기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주택경기가 호황일 때는 투자자가 많아 청약자 모집에 선방했으나 최근 경기가 한풀 꺾이자 지역별, 브랜드별 양극화 현상이 더 뚜렷해지고 있어서다. 공사 기간 미분양을 털어내지 못하면 중견 건설사는 자금난에 빠질 공산도 크다.
제이원 부동산투자 배진주 실장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수도권 분양시장은 안전 지역으로 꼽혔으나 최근엔 서울 이외 지역에선 입지, 개발 호재가 떨어질 경우 청약 성적을 자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기준금리 인상과 보유세 강화, 집값 약보합과 같은 불투명성이 커짐에 따라 ‘브랜드 힘’이 약한 중견 건설사들이 더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