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전선형 기자 = 항공업계가 연간 1500억원에 달하는 세금폭탄을 맞을 위기에 놓였다. 항공기 부품을 무관세로 수입할 수 있는 관련조항이 폐지됨에 따라 내년부터 최대 8%의 세금이 붙기 때문이다.
2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항공기 부품 무관세 규정 폐지에 따라 향후 5년간 항공사가 부담해야하는 세금은 4029억원으로 추산된다.
현재 항공기 부품 수입은 비관세 대상이다. 관세법 제89조(세율불균형물품의 면세)에 따라 부품과 원재료 세율이 완제품 세율보다 높은 역관세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관세법 제89조가 적용되는 분야는 항공기와 반도체 장비부품 등이다.
관세법 89조는 지난 2001년 신설됐으며 지금까지 3차례 연장됐다. 그러다 지난 2016년, 정부가 ‘항공기 주요 거래국(미국·EU)과 FTA(자유무역협정) 등에 따라 관세면제 제도가 실효성이 없어졌다’는 이유로 제도의 일몰 폐지를 결정했고, 내년부터 5년간 단계적으로 폐지될 예정이다.
이같은 정부 결정에 따라 항공업계는 내년부터 상당한 세금을 부과해야하는 처지에 놓였다. 항공기 부품 세금은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3%에서 최대 8%까지 붙는다.
항공업계 추산에 따르면 당장 국적항공사(대한항공, 아시아나 등 5개 항공사)가 납부해야할 세금은 내년 225억원이며, 2020년에 477억원, 2012년 759억원, 2022년에는 1074억원이다. 완전 폐지가 되는 2023년에는 1494억원을 부담해야 한다. 2023년 이후부터는 연간 1500억원대의 세금이 부과될 예정이다. 대한항공 당기순이익이 8000억원, 아시아나항공의 당기순이익이 2000억원대임을 감안하면 상당한 부담이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사진제공=각사> |
항공사들은 이같은 정부 결정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FTA로 관세면세 제도가 실효성이 없어졌다’는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항공업계의 FTA가 활용률은 13.6%로 국내 전체 활용률(69.6%)에 6분의 1수준밖에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구나 WTO ITA(정보기술협정)에 가입으로 관세면제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반도체업계와 달리 항공업계는 아무런 대안조차 마련돼 있지 않아 불합리하다고 토로한다.
항공업계도 반도차업계와 동등하게 국제 협정인 TCA(민간항공기협정) 가입을 요청했지만 정부에서는 이마저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산업통상자원부 측에서 반대가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 측은 정부 지원과 육성이 필요한 민항기 제조업계(KAI 등) 등 다른 산업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 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도 가입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항공사들은 부품을 해외에서 100% 수입해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게다가 최근 유가와 해외 정세 등으로 영업이익이 불안정해진 상태에서 그간 무관세로 들여오던 부품에 세금까지 부과되면 타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세 면제 제도 연장을 할 수 없다면 무관세를 유지할 수 있는 국제 협정인 TCA(민간항공기협정) 가입을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마저도 거절된 상황”이라며 “항공업계만 세금폭탄을 쓰게 되는 꼴”이라고 전했다.
inthera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