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김형 대우건설 신임 사장이 기업의 외형을 확장하기보단 내실을 다지는 방향으로 사업 전략을 펼칠 전망이다.
김 사장은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대우건설의 재매각을 추진하기에 앞서 기업 가치를 끌어올려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최근 2~3년간 해외사업 부실로 재무 안정성이 크게 흔들렸다. 실적이 번번이 기대치를 밑돌아 기업의 신뢰도가 크게 추락한 만큼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방침이다.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앞으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해외사업에서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는 프로젝트에는 참여하지 않는다는 계획이다.
공사 입찰에 참여하기 전 벌이는 자체적인 수주 심의를 보다 강화한다. 기준 수익성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원가 절감의 여지가 부족한 사업에는 시공사로 참여하지 않겠다는 것.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사업장의 실패 원인도 꼼꼼히 들여다본다. 김 사장은 취임과 동시에 임직원에게 모로코 복합화력발전소, 카타르 고속도로 공사를 비롯한 손실 사업장의 부실 이유를 자세히 파악할 것을 주문한 상태다.
지난 11일 김형 대우건설 사장이 임직원을 대상으로 취임사를 하고 있다.[사진=대우건설] |
이러한 과정은 모두 재매각을 추진하기 위한 준비 작업이다. 불안정한 건설업황 탓에 안정적인 수익성을 나타내지 못하면 기업 매각이 쉽지 않다. 게다가 원하는 가격을 받기는 더욱 어려운 게 현실이다.
앞서 대우건설은 매각을 앞두고 업계가 예상한 실적 전망치를 크게 미치는 못하는 성적을 기록했다. 해외 부실이 가장 큰 이유다. 호반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음에도 최종 계획이 결렬된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2016년 회계법인이 분기 보고서에 ‘감사의견 거절’을 제시한데다 매각을 준비하기 위해 잠재적 부실을 모두 털어내는 작업에 들어갔다. 국내외 40여개 사업장을 감사해 부실 우려가 있는 손실을 회계에 대거 반영했다. 그해 7500억원대 당기순손실로 이어졌다.
대우건설은 ‘빅배스’(Big Bath)를 계기로 이듬해 8000억원대 영업이익을 자신했다. 내부적으로는 손실로 반영한 금액이 일부 환입돼 영업이익이 1조원을 돌파할 것이라 기대감도 내비쳤다. 하지만 실제 영업이익 규모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4290억원에 그쳤다. 모로코 사피 화력발전소의 3000억원대 손실을 비롯해 추가 부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대우건설이 잇달아 시장의 기대치를 많이 밑도는 실적을 기록하자 기업의 신뢰도와 안전성이 타격을 받았다”며 “특히 실적 부분에서 예측 가능한 기업을 만들기 위한 김형 사장의 노력이 강도 높게 추진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형 사장은 인력 구조조정은 보수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그동안 임원의 감원을 대대적으로 진행했기 때문에 추가적인 인력 줄이기는 적합하지 않다는 시각이다. 다만 조직의 효율성 제고와 근무기강 확립은 강화한다. 1년 정도 임시직 사장이 회사를 이끌었고 산업은행이라는 ‘우산’에서 직원들이 다소 나태해졌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내부 비리를 척결하는 작업도 진행한다. 하도급 업체와 결탁해 금품을 받았거나 인사 비리를 저지른 사례를 찾아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산업은행은 이르면 오는 2020년 초 대우건설을 재매각한다. 올해와 내년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수익성을 높여 대우건설의 새로운 주인을 찾겠다는 방침이다. 김 사장은 앞으로 2년간 매각 추진 과정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회사 몸값을 끌어올려야 하는 중책을 맡은 셈이다.
대우건설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삼성물산과 포스코건설에서 주요 요직을 거친 김형 사장의 경험이 대우건설이 재도약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새로운 시스템 아래 향후 2년간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수익성을 높여야 다시 추진할 매각 작업도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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